연재 중 감상 05화

슬픔의 삼각형

- ism 그 개똥 같은 소리

by 호퍼

지금보다 절반이나 젊었던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사회 체제가 뭐라고 생각하냐?”


(사회주의, 자본주의 둘 중 어떤 ism이 더 낫냐라는 질문으로 들렸다. 또는 대체할 만한 사상, 체제? 알고 있는 게 있어?)


난 그때.. 영화에 몰입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지라이더 1967 - 데니스 호퍼>를 보았을 것이다. 내 입에선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무정부주의?”

( 영화에서 히피들이 모여사는 공동체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난 꽤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출처. 나무위키

친구는 나를 어이없어하며 한참을 조롱하며 비웃었다. 그 친구가 왜? 그 당시 가장 이상적인 ism 따위에 대한 고민을 했었는지는 잘 모른다. 지금도 답을 찾았는지 알 수 없다. 조롱으로 끝난 대화였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인간의 본질은 어떤 것일까?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사회체제는 무엇일까?


사회주의? 자본주의?

아무래도 인간의 욕망은 자본주의와 닮아 있는 듯했다. 인간이 욕망하는 것이 경쟁을 통해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가 제일 걸맞은 정치. 경제사상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경쟁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래도 막시즘은 인간의 본질과는 너무 멀어 보였다.


23년 전 친구의 질문은 그렇게 잊혀졌다.


그리고 그 질문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보며 다시 떠올렸다.



크루즈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의미한다. 부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크루즈 여행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 안락하고 재미있는 여행을 제공하는 항해사와 승무원들은 팁과 매출을 위해 그들의 부탁이라면 바다로 다이빙도 서슴지 않는다.


무기상 노부부, 비료를 팔아 거부가 된 러시아인 부부, 인스타 협찬으로 배를 타게 된 모델 연인, 뇌졸중으로 한 단어 밖에 말을 못 하는 여인,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 엔진실에서 일하던 흑인 노동자 그리고 최하위 계급 아시아계 청소 노동자, 이들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침몰되는 배에서 탈출하여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자 이제 호화로운 배도 없고, 안락한 크루즈 서비스도 없다. 그저 춥고, 배고픈 연약한 싸피엔스 여덟 마리만이 섬에 존재한다.


롤렉스, 에르메스, 보석, 이런 것들은 이제 아무 소용없는 불필요한 것들이 되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숙제는 이들 간에 계급을 재편성하며, 생산력을 갖은 자와 잉여로 전락한 사람 간에는 새로운 상거래 질서가 생겨난다. 이 권력이 재편성되는 과정이 무척이나 코믹하다.


최하위 계급 아시아계 청소 노동자였던 여인 애비게일은 헤엄을 쳐 문어를 잡아온다. 유일하게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여인은 이제 최상위 계급으로 올라서고, 잉여의 사람들에게 문어 한쪽 식을 던져주며 묻는다. "Who am I?" 사람들은 답한다. "Captain"


그들이 크루즈에서 즐겼던 모든 것을 무인도 안에서는 청소 노동자였던 애비게일의 마음대로 누리게 된다. 심지어 모델 커플의 남자에게 굶주림을 볼모로 성을 매수하기에 이른다.


젊었을 때 들었던 질문의 해답은 무엇일까?


해답이란 게 있으려나?.. ism 다 개똥 같은 소리 아닐까?


인간들에게 유토피아 따위란 가당치 않은 걸까?


결국 인간 무리에서는, 누군가는 지배하고 다른 누군가는 피지배자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꼭 대단한 능력이 아니더라도 차이에 의한 계급화가 필연이라면, 어떤 ism인들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본주의의 종말이 온다 해도.. 늘 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지 않을까?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2022)

감독 : 루벤 외스틀룬드 (The Square, Force Majeure 등)

장르 : 풍자, 블랙코미디, 드라마

수상 : 제7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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