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가즘 찾기와 고전의 재해석
한 거 풀 벗겨내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은 여느 누구나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블루 재스민'에서 여성은 남성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고 하는 수동적 존재이다. 그 결말은 남성의 폭력성 또는 여성의 폭력성으로 망가지고 붕괴되었다. 그리고 주체성을 상실한 채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은 '댈러웨이 부인'과 맞닿아있다.
능동적인 여성 주체의 욕망을 찾아가는 '캐롤'이나 이 영화는, 자신의 본질에 스스로 의문을 던지며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낸시 스톡스(Emma Thompson)는 55세 은퇴한 종교 교육 교사이다. 단조로운 결혼 생활을 해 온 그녀는 한 번도 오르가즘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성생활을 해왔던 낸시는 남편이 죽고 자신의 성적욕망을 알아보기 위해 남창(성노동자) 리오 그란데(Daryl McCormack)를 호텔방으로 호출하게 된다. 처음엔 자신의 몸과 나이에 대한 불안함으로 갈등하지만, 곧 매력적이고 능숙한 리오의 노력으로 편안함을 되찾고, 낸시는 성적 플레이 리스트를 작성해 리오와 오르가즘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어느 날 낸시는 리오의 실제 이름과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리오는 자신의 경계를 넘어 들어온 낸시에 당황하여 자리를 떠나게 된다. 낸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리오에게 사과를 하게 된다.⌟
성적 판타지란 넥타이를 맨 직업으로서의 성노동자의 필요성?과 존엄성.
매력적인 남창 리오에게 성적 판타지를 벗겨내면 자신의 성행위를 목격하고 역겨워하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고통스러운 한 인간으로 드러난다. 한 거 풀 벗겨내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은 여느 누구나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세 번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만남과 중장년 여성의 어디에도 말 못 할 성적고민.
낸시의 욕망은 남자의 욕망과 다르지 않다.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는 드물게 틀에 박힌 윤리성에 갇혀서 살아온 남자라면 또한 유희 없는 사정기계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낸시의 남편은 아마도 그 틀 안에서 고지식하게 살아온 듯하다. 덕분에 평생 오르가즘을 경험해보지 못한 낸시.
여성이기에 더욱 성적 욕망에 불리한 사회의 윤리적 강요 아래에서 낸시의 오르가즘에 대한 여정은 특별하고 감동적이다. 특히, 종교교육을 가르치던 선생으로 살아온 보수적인 여성의 성적 자유에 대한 갈망과 성취는 '브라보'를 외치게 한다.
거울에 비친 낸시의 알몸은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자유의 육체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사비나의 거울에 비친 알몸처럼 서로 동일하면서 다른 은유를 갖은 쇼트가 인상적이다. 그렇게 낸시의 오르가즘 찾기의 여정은 자신의 성찰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 그리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기 몸 잘 사용하기 해설서를 찾은 듯한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게 다가 아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낸시의 본명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낸시가 자신의 진짜 이름이 '수잔 로빈슨'(Susan Robinson) 임을 밝히면서 영화 『졸업 (1967)』 과 연결된다.
젊은 벤자민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영화사에 타락한 유부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Mrs. 로빈슨은 이 영화를 통해 불명예로부터 복원되며 재해석된다.
인터텍스트로 연결되는 낸시의 Last Name '로빈슨'은 영화 '졸업'과 연결되면서 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의미 깊어진다. 뛰어난 소설 작품을 하나 읽은 듯 여운을 남기는 영화
'굿럭 투유 리오 그란데'
- 굿 럭 투유 리오 그란데(2022)
감독: 소피 하이드 (Sophie Hyde)
각본: 케이티 브랜트 (Katy Brand)
출연: 엠마 톰슨 (Emma Thompson), 대릴 맥코맥 (Daryl McCormack)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 시간: 97분
2023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 (엠마 톰슨)
2023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여우주연상 후보 (엠마 톰슨), 남우주연상 후보 (대릴 맥코맥), 영국 작품상 등 다수 후보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