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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Nov 14. 2023

오늘 급식 안 먹을래요! 그냥 안 먹어요!


급식을 먹으러 온 아이들이 시큰둥하다.

평소보다 좋아하는 옛날 도시락 메뉴인데 "조금만 주세요!" "조금만 주세요! 덜어 주세요!"가 연발이다.

뭐지...?



한 아이가 줄을 이탈해서 나에게 온다.

"선생님, 저는 오늘 급식 안 먹을래요!"

그 아이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고 두어 명이 더 따라 나왔다.

"저도 급식 안 먹을래요!"


"왜 안 먹어?"

"그냥 안 먹어요!"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무슨 이유야? 선생님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 봐."

우물쭈물하다가 꺼낸 이야기인즉슨, "방금 교실에서 피자 먹고 와서 배가 너무 불러요."


하... 또 짜증이 확 난다.

오전에 아이들에게 그렇게 뭐 좀 먹이지 말랬건만. 꼭 먹여야 한다면(꼭 먹여야 할 사정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급식실에 미리 언질을 좀 주든가...



배식을 하던 조리사님들이 내게 "선생님 00학년들이 모두 급식을 안 먹으려 해요."

순간 담임 선생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런 상황이 보이는지 마는지 들리는지 마는지 무표정으로 배식을 받고 있다.


"선생님 급식 시간 전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잔뜩 피자를 먹이고 오면 어쩝니까?"


"그게... 아이들이 분명 급식도 잘 먹기로 약속했는데 이러네요."

(급식을 잘 먹기로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이들 탓?)



학기말이 다가오면 각자 맡은 업무나 학급운영비 등의 예산을 집행하느라 바쁜데 간식비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급식실은 아무런 처벌과 보상이 없는 곳이다. 오전에 간식을 먹은경우 초등은 줄이라도 같이 서서 급식실에는 오지만, 중고등학교는 아예 오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급식실은 이유도 모른채 아이들을 기다리다 결국 남은 음식을 몽땅 폐기한다.) 만약 오더라해도 급식을 주는대로 받아 요거트 하나만 먹고 몽땅 버리고 간다.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급식실에서 알립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 줄 일이 있으면 오후 시간에 먹도록 해주세요.
오전에 간식을 먹으면 학교급식을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꼭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공지를 하면 대부분은 지켜주지만 꼭 한두 명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선생님들이 있다. 오전에 간식을 잔뜩 먹이고 "방금 먹은 건 영양샘께 절대 비밀이야! 말하면 절대 안 돼!"라고 아이들을 타일러서 오지만 비밀은 100% 지켜지지 않는다.


급식을 먹기 전에 피자 치킨 등을 실컷 먹었지만 분명 급식도 잘 먹겠다고 아이들이 약속했으니 괜찮다구요?

아이들과 아무 약속이나 하지 말고 상식적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주세요!




한달이 채 안지났는데 또 사건 발생!

선생님 오늘따라 애들이 또 급식을 안 먹으려 해요.

"왜 밥을 이렇게들 안 먹어? 뭐 먹고 왔어?" 아니요... 아니요... 

(급식실에서 물으면 아무것도 안먹었다 해라고 교육받은 아이들)


한 아이에게 물었다. 

몇 개 먹었어? 1개요. 뭐 먹었는데? 햄버거요. 


짜증 대폭발!!!!


선생님!! 오늘 애들이 또 왜 이럽니까?

제가 먹인게 아니구요... 


그럼 누가 먹였어요? 어느 부서입니까?


샘들이 쉬쉬하고 말을 안해줘서 애들을 추궁해 범인을 잡았는데... 

여차저차 꼭 선생님들이 잘 못한건 아닌걸로 확인


화 한바가지 내고 정신 차리니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미안해서 급사과... 

좋게 이야기해도 되는데 넘 화를 낸거 같아 미안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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