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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Nov 18. 2023

환장하고 먹지만 급식에 주지 않는 음식

학교급식이 영원히 반복되는 불만족에서 벗어나려면


고가이면서 호불호가 나뉘는 메뉴는 모두가 화난다.
좋아하는 이들은 양껏 못 먹어 화나고,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먹을 게 없어서 화난다.
그걸 지켜보는 나도 화난다. 그런 메뉴는 급식에서 제외한다.




오늘 학교급식의 메인 메뉴는 떡국, 구운 주먹밥, 감바스, 요구르트이고


자율 배식대에 올리브그린샐러드와 야채스틱, 김치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자율 배식대를 거의 건너뛴다. 지도해서 먹이고 싶지만 학생 인권의 부작용으로 이젠 급식을 지도해서 먹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언젠가부터 먹기 싫은 건 먹기 싫다고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가 멋지고 똑똑한 게 되어버렸다. 물론 필요한 부분이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황이면 이해한다. 그러나 대부분 악용하는 게 문제다.


오늘 걱정되는 메뉴는 감바스다. 꼬리가 달린 칵테일새우를 시켰는데 아이들이 먹다가 꼬리에 찔릴까 봐 조리사님들이 꼬리를 제거했다. 이런게 배려라면 배려지만 의외의 공격(이런 걸 아이들이 먹다가 찔리면 어떡해요??)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책인 것도 있다. 초등학생이면 꼬리정도는 알아서 떼어먹고 먹다가 볼에 찔려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먹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는 게 맞다 여긴다.

   

감바스의 맛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새우 싫어요. 안 먹을래요."가 연발이고

감바스의 맛과 가격을 아는 아이들은 "밥그릇 칸에 많이 주세요. 더 주세요."가 연발이다.

감바스는 이렇듯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감바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오늘 어떻게든 감바스만으로 배를 채울 작정이다. 감바스 외 다른 메뉴는 관심도 없고 받지도 않는다. 골고루의 개념은 던져버린 지 오래다. 오직 감바스만 많이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감바스만 받아가는 건 안돼. 떡국이랑 주먹밥 중에 한 가지는 받으세요. 감바스에만 꽂혀 이렇게 맛있는 노릇노릇 구운 주먹밥도 외면이다.  



힘들게 배식을 마치고 감바스가 좀 남았다. 몇몇 아이들의 눈에 불이 켜진다. 감바스 외 다른 음식은 배식을 아주 적게 받아간 아이가 급식을 얼른 먹고 달려왔는데 감바스의 마늘만 쏙 남겨왔다. "이렇게 먹고 오면 선생님이 추가로 못 준다고 했지? 백번도 더 이야기했어요. 마늘도 다 먹고 오세요."


"에이 싫어요. 마늘 안 먹을래요." 여느 때와 반응이 똑같다. 평소 같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늘을 잔반통에 부워버리던 아이가 오늘은 망설인다. 어째도 새우는 더 먹고 싶은데 마늘은 먹기 싫으니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마늘을 잔반통에 붓지 않고 자리로 되돌아가더니 식판을 깨끗하기 비워 다시 새우를 받으러 왔다.?? 마늘을 정말로 먹었는지 친구에게 잠시 맡겼는지 휴지에 말아서 버렸는지 확인은 못했다. 평소 하는 행동으로 볼 때 순순히 마늘을 먹고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 감바스를 더 줬다. "마늘은 빼고 새우만 많이 주세요! 더 주세요! 더 주세요!!" 이미 감바스를 추가 배식받으러 온 아이들의 줄이 길다. "새우만 골라 가는 건 안돼. 마늘이랑 같이 먹어."  "아 마늘 못 먹는단 말이에요. 매워요!"


"마늘이 매워? 마늘 하나도 안 매워. 너 아까 그 마늘 안 먹었지?" 뒤에 줄 서 있는 다른 아이들이 대답한다. "선생님, 마늘 하나도 안 매워요!!"


작은 초등학교라 아이들이 한눈에 들어오니 이렇게라도 통제가 되지만 규모가 큰 학교는 다른 반찬은 남겨 감바스만 받으러 오면 리필을 안 해주는 걸 알기에 남은 음식을 잔반통에 다 버리고 처음 온 것처럼 2회 차 배식을 첨부터 새로 받아 딱 감바스만 먹고 버리는 경우가 있다. 영양샘들은 배식을 감독하며 그런 아이들을 추출해 내는 역할도 한다.   


아이들이 환장하고 먹는 맛있는 메뉴가 있다면, 더군다나 호불호가 너무 나뉘는 메뉴라면 급식에 주지 않아야 한다. 랍스터에 이어 감바스를 식단에서 영원히 빼기로 결심했다.



올바른 교육은 아이들의 본능을 억압한다. 사람은 감정이 우선인 동물이다. 이런 욕망을 이성이 결코 이길 수 없다. 가장 쉽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맛있어 하는 메뉴를 자주 많이 제공해서 질릴 때까지 줘버리면 욕망이 사라진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메뉴는 갈비탕, 랍스타, 감바스 등이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 자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갈비탕은 모두가 좋아하고 잘 먹으니 그래도 괜찮다. 랍스타와 감바스는 호불호가 너무 심하다. 예산을 비축해 식단에 힘을 줬는데 누군가는 먹을 게 없고 누군가는 랍스터와 감바스에만 꽂혀 당장의 욕구만 앞세운다.

 


고가이면서 호불호가 나뉘는 메뉴는 모두가 만족하지 못한다.
오히려 화난다.
좋아하는 이들은 양껏 못 먹어 화나고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먹을 게 없어서 화난다.



다시는 감바스 주나 봐라!! 늘 다짐하지만,

"선생님 감바스 한 번만 더 해주세요. 졸업하기 전에 제발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에 다잡았던 마음이 흔들린다. 간혹 "왜 감바스 안 나와요? 왜 랍스터 안 나와요?"라고 따지듯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 급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골고루 잘 먹는 사람(아이나 교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학교급식의 감바스와 랍스터는 영원히 반복되는 불만족이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감바스를 식단에서 뺀 이유를 설명해 준다. 호불호가 너무 나뉘는 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메뉴는 단체급식에서 제공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잔뜩 욕심을 부리는 몇몇 때문에 그날 급식실은 더 힘이 빠져요. 아이들이 욕심부린 친구가 누군지 눈치로 알기에 원망한다.


잊을만하면 감바스가 식단에 등장한다. 이번엔 행동이 좀 나아지려나...?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 한 나아질 방법은 없다. 태도의 문제보다 본능의 문제다. 학교급식의 감바스나 랍스터는 영원히 반복되는 불만족일 뿐이다.



학교급식은 무난해야 한다.
학교급식이 화려한 맛집이 아닌 소박한 집밥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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