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을까. 아빠와 팔짱을 낀 마지막날이.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아니, 어쩌면 팔짱을 껴본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아빠는 딱 그런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잘못을 혼낼 때 불같이 혼내며 회초리를 들다가도 우리가 잠든 사이 회초리 맞은 곳을 어루만져주며 안쓰러워하던 감정표현이 서툰 전형적인 구시대 사람이었다. 나 또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친구와 있었던 일들을 집에와서 재잘재잘 말하는 성격도 아닌지라 더욱이 아빠와의 대화는 '밥 먹었냐'에 '네' 혹은 '다녀왔습니다' 가 90프로는 차지할 정도의 관계가 되버렸다.
그래서 그런걸까? 아빠가 핸드폰을 만지다 새로운 기능을 물어올때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테도 불구하고 이미 내 얼굴과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뭔데요?'라는 퉁명스러운 말투가 나아간다.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으신데,,, 우린 갑과 을의 관계도 아닌데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뭘 물어와도 잘 모르겠다라며 짜증만 내는 모습에 지칠대로 지치셨는지 삼촌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손을 뻗치셨나보다.
몇 주전 만난 막내 삼촌이 조심스레 말을 건네왔다.
"아빠가 요새 궁금한게 많으시지? 좀 귀찮을지라도 뭐 궁금하신거 있음 알려좀 주고 그래~"
삼촌은 최대한 부드럽게 나의 기분을 살피며 말을 건네셨는데, 그 말이 참으로 따가웠다. 자식이라고 있는게 도움이 못되고 오히려 이런 말까지 듣게 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당연히 새로운 게 많고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 알고싶은 것도 많고 다루고싶은 기기들도 많을 텐데.
가장 소중한건 가족인데,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토록 소홀한걸까.
너무 잘 알아서? 아니, 사실 너무 잘 모르는게 가족이다. 친구의 지난 과거들, 관심사들은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아빠의 청춘시절, 그의 꿈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하니까 말이다. 더 솔직하게는 관심도 없었다는게 맞겠다. 나에겐 아빠는 그냥 아빠의 존재부터 시작했으니까.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빠가 얼큰히 취한 날이었다. 비틀대는 아빠의 모습이 짜증나면서도 속상했다. 그래도 혹시나 넘어질새라 팔짱을 끼게 되었는데 언제 이렇게 외소해진건지. 얇아진 팔뚝에 괜히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 오랜 세월동안의 죄송함이 밀려와 머리속도 복잡해지고 말았다.
'아, 나는 아직도 너무 철이 안들었었구나'
언제쯤 그 넓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잦은 눈맞춤과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더 늘려가야겠다. 이젠 아빠라는 두 글자가 내겐 너무 애틋하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