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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Feb 29. 2020

깨어진 걸 보는 일상을 원했던 건 아니다

안경이 뿌옇다

휴지를 뜯었더니 먼지가 날린다

깨진 창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있다

오래 보고 싶어 

크게 내었던 창으로 말이다


바닥에 흩어진 유리조각이

햇빛을 받아 반짝 거린다

가만히 보고 싶어 그냥 두었다


엊그젠 큰 조각 하나 골라내어

이리저리 만져보다 손이 베이고 말았다

검붉은 피가 바닥에 떨어졌고 

유리가 피로 물들어 갔다 


살갗이 베이고 

조각에 박히는 일이 

창을 크게 내어 바라보았던 일만큼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오래 보고 싶었던 건  

깨어진 것들이 아니었는데

바라보고 있자니 

매일매일 안경이 뿌옇게 변한다


창을 크게 내었던 일이 

오래 아픈 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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