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
아빠랑 한바탕 싸운 엄마가 씩씩대며 전화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아빠에게 술은 한 방울도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는데, 엊그제도 오늘도 저녁 먹을 때 소주를 기어이 곁들여 먹으려고 하는 아빠랑 실랑이를 한 모양이다.
아빠는 아빠대로 고작 소주 두세 잔에 제지를 가하며 잔소리를 하는 엄마에게 짜증이 났을 거고, 엄마는 엄마대로 지금의 몸 상태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것도 스스로 못 지켜서 잔소리를 하게 만들고 또 그 몇 마디 했다고 성질을 내는 것에 화가 났을 것이다.
늘 노심초사하며 온 정성을 다해 아빠를 살뜰히 챙겨온 엄마인데, 아빠가 이럴 때마다 얼마나 답답하고 허무하고 짜증이 날지. 나는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한다. 아빠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부터가 나는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그렇게 못 살았다. 안 살았다. 한 사람은 죽어라 자신의 몸을 안 좋은 것들로 망가뜨리고, 한 사람은 종종거리며 최대한 그것을 막고 대신 좋은 것들로 채우려고 하는 그 모순의 시간을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봐왔다. 참으로 지겨운 일이었다. 평생을 봐온 아빠는 분명히 좋은 사람이지만, 과연 엄마에게 아빠가 좋은 배우자인가 질문한다면 나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엄마를 여러 가지 일들로 평생 노심초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남편과 한 집에 살면서 별일 없이 평화로운 하루가 지속된다는 것이 커다란 행운으로 느껴졌다. 예측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하루들이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간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던지, 유년기 이후로는 거의 집에서 느껴보지 못한 평화였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질까 봐 살얼음판 걷지 않아도 되고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주 오랜만에 내 마음에 진짜 평안과 여유를 가져다 준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자란 뭘까 생각하다가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게 1번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휘청거리지 않고 똑바로 잘 살아갈 때, 그것으로 이미 좋은 사람일 수 있다. 아빠를 끔찍하게 위하는 엄마에게,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아빠가 자기 건강을 좀더 챙기는 것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어준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