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

그 날 비행기를 타지 말았어야 했어

by rainy


캐스트 어웨이는 어린 시절 한 번 보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본 영화였다.

어린 나이에 봤을 때는 그저 무인도 표류기 같은 느낌으로 봤고 별다른 감상이 남지 않았었는데, 30대 중반 즈음의 나이에 그것도 결혼 후에 보니 온갖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윌슨과의 찐한 유대, 인생이 아무리 살기 막막하더라도 또 오늘은 어떤 새로운 파도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메시지 그런 것들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무인도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 주인공 척이,

헤어지기 직전 프로포즈까지 했었고

무인도에서도 내내 사진을 보며 버티게 했던 여자친구 켈리와 다시 이별하는 장면.


무인도에서 살아 돌아오면 모든 게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무인도에서의 구출은 어느새 익숙해진 섬에서의 생활을 다 뒤로해야 한다는 뜻이자, 이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오히려 낯설어진 땅 위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 그리고 마음으로 내내 의지해왔던 사랑하는 그녀를 이제는 마음으로도 보내줘야 한다는 뜻까지 내포했다. 그녀는 척이 비행기가 떨어진 그때 죽은 줄로만 알았고 새로운 남자와 결혼하여 이미 가정을 꾸린 뒤였으니까.


그녀와 척이 재회를 하기로 한 날, 그녀는 결국 척을 끝내 마주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으며 돌아선다. 그녀 역시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고, 많이 사랑했던 만큼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척은 창문으로나마 그녀가 울며 도중에 돌아가는 것을 보는데, 그날 밤 척은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너무 보고싶어 갔구나 생각했다. 그동안 얼마나 보고싶어했는지 그 절절한 마음을 다 봤는데, 그녀의 중도 포기로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으니 다시 시도하러 하러 갔구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남편이 한 말에 나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터지고 말았다.


남자가 대신 정리하러 간 거지.

여자가 정리할 용기를 못 내니까.


이 말이었다.

척은 그녀가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는 걸 봤고, 그는 어쩌면 그걸 보는 게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를 해야만 한다는 걸 아는 그 순간에, 자신의 마음보다도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마음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늘 그런 사람이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데, 나는 남편의 착한 마음을, 그 깊이를 평생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You have to go home.

켈리에게 척이 잊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한 이 말이 대사들 중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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