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
간만에
사랑과 이별을 말한 영화 중
손에 꼽을 만한 영화를 봤다.
일단 2014년 영화인데
영상미가 엄청나다.
색감을 엄청 예쁘게 쓰고
덕분에 장면 장면이 모두 아름답다.
감독이 탐미주의인 게 분명하다.
아델이 엠마를 횡단보도에서 처음 보자마자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이유를 설명할 새도 없이 무섭게 빠져든다.
엠마 역시 아델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때부터 서로를 뜨겁게 탐닉한다.
이때 엠마의 머리 색은 블루였다.
엠마가, 그리고 이 둘이 가장 뜨덥던 순간.
그렇게 미쳐서 서로를 탐닉하고 뜨겁던 이들이
이제 시간이 흘러
조금씩 달라진 삶의 모습으로 살게 되면서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다른 딱 그만큼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아델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동시에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온 만큼,
진짜 꿈 같은 꿈은 한번 꿔보지도 않은 채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택한다.
그게 꿈이고 적성이라고 믿으면서.
그게 아델의 상황에서는 최선이었을 것이고
자라온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걸맞게 형성된
어쩌면 딱 좋은 자신의 그릇이었을 것이었겠다만.
문제는 엠마에게는 이런 아델이
시시하고 지루하고 작아보였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어쩌면 아델을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중압감 같은 것이 일부 있었을 수도.
평생을 그려봤을 때 둘이 살아갈 모습이 아주 지루하게
예측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델에게 자신을 고양시키는 유일한 존재와 가치는
오로지 엠마뿐,
그만큼 헌신적으로 매달리게 되니
엠마는 더더욱 아델이 시시해보일 수밖에 없는
그 관계가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움.
반면에 엠마는 대학교 졸업 후,
‘해야하는 일’보다는 ‘하고싶은 일’만을 하며
거침없이 꿈을 펼치며 살고
자기를, 자신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그런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가 옆에 넘쳐난다.
엠마의 눈에 아델이 그저 그렇게 보일 즈음
슬그머니 엠마의 머리 색은 노란색으로 바뀌는데,
그저 미와 육체를 탐하고 뜨겁던 엠마가
이제는 정신적 합치를 좀더 추구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적 합치만으로 만족하기에 엠마는 좀더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슬프게 이때부터 아델은
자꾸만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파란색 머리띠, 파란색 티셔츠…
바닷가에 놀러간 장면에서는
아예 파란색 바닷물에 머리를 담그고
물들어버리는 장면이 나옴. ㅎㅎㅎㅎ
엔딩신에서도 아델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엠마의 전시에 갔다가
엠마가 새로운 연인과 있는 모습을 보고,
‘끝’을 또한번 실감하고
쓸쓸하게 거리를 혼자 걷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아델은 엠마를 만나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거기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데
엠마는 붉어도 졌다가 노래도 졌다가 하면서
다양하게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영화에서 색깔로 잘 표현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변하는 사람과
변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더 사랑하는 쪽과
덜 사랑하는 쪽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사랑이 전부인 사람과
사랑도 중요하고 꿈도 너무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퀴어물이라고 소개할 필요가 없는 것.
그냥 어쩌면 일반적인,
두 사람의 쫌 슬픈 보통의 연애 이야기이다.
너무 잘 만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클로즈업으로 일관하는 것도 좋다.
정말 가까이에서 사랑의 민낯을 보여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