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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Mar 15. 2019

서비스업의 변화: 스마트 서비스

[4IR 4.5] 4차 산업혁명과 경제/사회 변화

스마트 서비스의 의미

   스마트 서비스는 아직까지 객관화된 정의는 없지만, 지난 글(참조: 4.3)에서 설명했던 ‘스마트’의 의미를 차용한다면, ‘지능화된 사물이 다른 사물 및 사람과 늘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사람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서 판단하고 적합하게 반응하기에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Allmendinger & Lombreglia(2005)는 HBR 논문에서 스마트 서비스의 특징을 ‘종래의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르고 반응적(reactive)은 아니면서 사전예방(proactive) 수준도 넘어서는 선제적(preemptive) 서비스’(즉, 여러 가지 해야 할 작업들 중에서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을 먼저 수행할 줄 아는 서비스)라고 설명하였다. 예를 들면, 기존의 보편적 장비/설비 유지관리 방식은 예방정비(Preventive Maintenance) 즉, 정해진 기간(예: 매달, 매 분기)마다 한 번씩 고장 여부를 체크해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오일을 보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AI & ICBM 같은 디지털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소위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가장 알맞은 시기에 꼭 필요한 만큼의 조치를 하는 방식이므로 불필요한 시간, 인력, 자재의 낭비가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 서비스는 사람의 개입이 없더라도 지능화된 개체가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판단해서 가장 적합한 조치를 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스마트 서비스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나아가 농/축산/임업 등 전 산업에 적용된다. 스마트 서비스 중에서 제조(업)를 위한 서비스, 예를 들면, 제품의 R&D, 설계/해석/시험, 품질보증, 정비유지, 운영최적화 등을 위한 서비스를 스마트제조서비스라고 한다. 서비스업 경우는 예를 들면, 의료에서 환자의 상태 모니터링과 진단/처방, 마케팅에서 매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고객에게 판촉 메시지 발송, 물류에서 화물 배송을 위한 실시간 최적 경로 판단, 금융에서 고객에게 알맞은 투자 상품 추천 등이 스마트 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제품이나 고객, 매장, 설비 등의 위치/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무선센서통신망, 최적 솔루션 도출을 위한 머신러닝/딥러닝 SW, 그리고 판단 결과를 실행하는 에이전트 SW 등으로 구현될 것이다. 독일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I, II 단계로 나누어 추진하는 'Smart Service Welt’ 사업은 (1) IoT, 빅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과 (2)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위한 예지정비, 운영최적화, 가치사슬통합, 기술자료거래 등 스마트 서비스, 그리고 (3) 물류/에너지/농업/의료 서비스 등을 위한 기술개발과 시범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IT/SW 융합 서비스

   2010년 이전, 국내에서는 스마트 서비스를 IT/SW 융합 서비스(참조: 2.8)라고 불렀다. IT/융합 서비스는 각종 센서(예: RFID, GPS), 3G/4G 통신망, 관계형 DB,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서 제조서비스나 서비스업의 서비스를 연결, 통합, 지능화함으로써 시간 단축,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IT/SW 융합 서비스로 아래와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 유통: 온라인-오프라인 연결 (예: 옴니채널, O2O 서비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태블릿을 이용한 고객 응대

▪ 물류: 화물이나 트럭의 위치/상태 추적, 입/출고 및 재고관리

▪ 의료: u-헬스케어, 원격진료, 협업 진단

▪ 에너지: 가정이나 건물 단위의 에너지 사용량 계측 및 제어

▪ 금융: 모바일 뱅킹, 모바일 결제, 에스크로(일종의 지불보증)

▪ 교육: u-러닝,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가상체험 

▪ 문화예술: VR과 3D 모델링을 이용한 문화재 복원, 라이브 공연

▪ 보건/복지: 노약자 보호, 건강관리(예: 혈당/혈압 측정, 만보계)

▪ 관광: VR을 이용한 가상 관광, AR을 이용한 관광지 안내

▪ 국방: 전장관리 자동화, 작전계획 및 전투 시뮬레이션(War Game)


   2010년대 이후의 스마트 서비스는 종래의 IT/SW 융합에 비해  훨씬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연결/통합의 범위를 넓히고 실시간성을 높이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가운데 지능적, 자율적 처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상당히 많은 기술개발과 산업 적용이 진행 중이지만, 이하에서는 의료, 금융, 유통/물류 등 산업에 등장한 스마트 서비스의 특징과 동향만 간략하게 소개할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의료)

   ‘2008년, 생물학자인 리로이 후드(Leroy Hood) 박사는 헬스케어 산업이 4P(Predictive, Preventive, Personalized, Participatory)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출처: 김현중, 2014). Predictive란 데이터를 활용해서 질병 발생 징후를 ‘예측’하는 것이고, preventive는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한다는 것이다. Personalized란 customization(맞춤)의 다른 표현으로 환자의 특성/상태에 따라 ‘개인화’된 처치를 한다는 것이고, participatory란 질병의 진료/치료에 의료진 외에 환자(들)도 ‘참여’하는 것이다. 4P 의료는 각종 센서와 IoT를 이용한 데이터 수집, 클라우드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관리,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질병 발생 가능성 사전 예측 또는 발생한 질병의 원인 추적 등을 포함한다. 다만, 의료 데이터의 양적,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신뢰 가능한 수준의 알고리즘이 확보되어야 광범위한 의료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표준화, 상호운용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정보시스템 설계/구현, 프라이버시와 민감(sensitive) 데이터를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기관/사람 간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제도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은 상태이다. 


   스마트 의료는 개인의 몸과 마음, 정신 등을 대상으로 하며, 개인이 가진 유전체 정보(약 100GB), 질병 발생 및 치료 기록, 그리고 일상생활 정보(예: 식사, 수면, 운동, 출/퇴근, 직업, 거주환경) 등을 분석해서 최적의 치료/관리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유전자 분석은 ‘예방’, ‘예측’, ‘맞춤’ 치료 수단이다. 유전자 검사 장비 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는 기술혁신을 통해 2001년 $10만이던 검사 비용을 2014년에 $1천, 2017년에 $1백 수준으로 낮추었다. 23andMe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99을 결제하고 용기에 침을 뱉어서 보내주면 가족력이나 질병 가능성을 분석해 준다. Pathway Genomics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식습관, 영양, 운동, 체중, 당이나 지방 등에 대한 건강관리 조언을 해 준다. 개인의 질병/치료 데이터는 EMR/EHR로 관리된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료기록)은 병원이 작성, 보관하는 환자 차트의 디지털 버전일 뿐이지만, EHR(Electronic Health Record, 전자건강기록)은 환자 본인, 의료/보건기관, 국가 등이 함께 기록, 관리하고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이다. 일상생활 데이터는 개인의 몸이나 일상생활용품에 내장/부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 관리된다. 핏비트(fitbit), 삼성전자 등 다수 기업들이 스마트 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구글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소형 포도당 센서와 무선 칩으로 눈물 속의 혈당을 측정해 준다. PatientLikeMe는 2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1,800개 이상 질병 정보와 약물 부작용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의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 금융

   금융업에도 종래의 IT를 적용한 핀테크(FinTech)를 넘어 AI,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바이오 인증 등을 활용한 스마트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는 주식거래를 지원하는 AI 도구인 '켄쇼’를 도입 후 거래중개 인력을 대폭 감축하였다. 중국 텐센트가 만든 인터넷 은행인 위뱅크는 위챗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5초 이내에 대출 여부가 결정되고 1분 이내에 대출금을 입금해 준다. 아비바(Aveva) 생명은 고객맞춤형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데, 남아프리카 단기보험사인 샌텀은 사기성 보험금 청구인지 여부를 식별하는데 각각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였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인증, 결제/송금, 스마트계약, 대출/투자/무역거래 등에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시험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 Process Automation)는 공장에서 자재/재료의 가공이나 조립에 사람 대신 HW 로봇을 쓰는 것처럼, 사무실에서 자료/문서처리 같은 작업에 사람 대신 SW 로봇을 쓰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많은 고객센터에서 쓰고 있는 챗봇(Chat Bot)도 SW 로봇의 일종이다. RPA는 금융은 물론, 의료, 유통/물류, 제조 그리고 기업 내 인사관리, 재무/회계, 구매 등 다양한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금융/보험 업무 경우, 신규 고객 등록, 계좌 개설 신청/승인, 신용카드 발급, 빌링/정산, 클레임처리 등 광범위한 작업에 적용될 수 있다. 한 은행은 고객불만 업무에 85개의 봇을 투입해서 연간 150만 건을 처리함으로써 30%의 비용 절감을 이룩했다고 한다. RPA는 종래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 Business Process Management) 기술과 결합되고 고수준의 AI 알고리즘이 적용됨에 따라 적용 가능한 업무 영역이 계속 확장될 것이다. 로봇이든 RPA든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마트 유통

   유통업에도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가 개발, 운영 중이다. 예를 들면, 아마존은 2000년대에는 개인화된 상품 추천, ‘원클릭 주문-결제’ 등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했고 2016년 말에는 여러 가지 신기술이 적용된 아마존 고를 선 보였다. 아마존 고에 적용된 무인매장 기술을 Just Walkout Technology 즉, 필요한 물건을 집어서 걸어 나가는 것으로 쇼핑을 끝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것은 구매자의 행동을 인식하는 센서와 컴퓨터 비전, 행동을 해석하는 AI, 그리고 자동 주문-결제 처리 등 SW 기술이 결합된 것이다. 아마존은 또한, 고객의 구매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고객이 주문하기도 전에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 예측 배송하는 서비스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IT 솔루션 회사로서 2006년에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의 AWS를 공급한 후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켰고, 2014년에는 AI 비서인 에코(Echo)와 그 플랫폼인 알렉사(Alexa)를 개발했다. 


스마트 물류/운송/모빌리티

   유통업에서는 판매된 제품의 운송/배송 업무에, 제조업에서는 조달/생산/판매를 위한 물자의 이동 작업에 자동화된 기기와 지능적 SW를 활용해 왔다. 전문적인 물류/운송 서비스업체들은 화물과 화물차, 컨테이너, 팔레트 등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능력을 가진 로봇이나 드론이 상품 운송/배송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UPS아마존자율주행 드론을 배송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KIVA 로봇을 창고 내 운반과 상/하역 작업에 활용하고 있고 DHL은 물류 데이터에 대한 통합관리 플랫폼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동수단은 물론, 팹랩(FabLab, 작업공간), 사무실, 숙소, 간이매장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모듈화 된 자율주행차량인 e-Palette을 개발했다. 우버(Uber)는 승객-운전자의 실시간 매칭,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동적 가격 결정 등 이동 서비스에 이어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도시인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예: 음식배달- 우버 Eats, 파티참석지원- 우버 Events)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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