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나의 첫 출근

경력은 없지만, 진심은 있었습니다

by 울림

저는 27살, 취업준비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7살, 기간제 근로자가 되었습니다.

1년 반의 길고도 막막했던 구직 기간을 지나 드디어, 저의 첫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비록 정규직은 아니고, '기간제 근로자'라는 형태이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왜 제가 첫 직장을 '기간제 근로자'로 선택했는지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처음부터 기간제 근로자를 고려했던 건 아니었어요.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를 처음 봤을 땐

그저 스크롤을 내리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습니다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디자인 관련 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적합한 회사를 찾아 수없이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며칠 후, 한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고

기대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면접 준비에 몰두했습니다. 입을 옷 하나까지도 신중하게 고르며

설렘을 안고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면접은 1:1로 진행되었고 준비한 1분 자기소개도 무난하게 마쳤습니다.참여했던 프로젝트와 공모전 수상 경력도 이야기했죠. 분위기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면접관이 조용히 던진 한마디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경력이 없으시네요?”

그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분명 채용 공고엔 '신입 가능'이라 적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신입에게도 결국 경력을 원했던 거죠. 그 면접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수십, 수백 군데의 회사에 지원했지만 전화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때 문득, 처음 스쳐 지나갔던 그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가 떠올랐습니다.

기간제 근로자 모집 이번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조용히 이력서를 작성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또 한 번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3:1 면접.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한 대로 임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면접에서는 단 한 번도 ‘경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 발걸음이 이상할 만큼 가벼웠습니다.

며칠 후, 합격자 발표. 공고문에 제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출근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시작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첫 걸음이었습니다.



"작은 시작이 위대한 끝을 만든다."

– 존 메이슨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