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이명흔적
겨울이 왔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계절. 좋은 계절이 왔다.
건조하고 청명한 하늘을 품은 앙상한 가지, 찬 공기에 베인 얼굴처럼 불그스레한 하늘, 그리고 시선 밖 소리도 냄새도 없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입김. 그때마다 계절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세상엔 간직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첫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너에게 말할 게 생겨서 얼마나 기뻤던지.
그렇게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으면 차가운 돌이라도 조금은 따뜻해졌고, 그럴 때마다 겨울에도 꽃이 폈다. 이름이라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목련보다 먼저 피워주마! 하는 객기에 끝내 시들어버렸다. 소년이 꽃 이름을 아는 이유는 그저 좋아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니, 나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네, 당신은 피우는 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세요.
추신.
당신을 꽤
좋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