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편 - 멜로무비

by 덕후감

[멜로무비 감상문]

멜로 무비라는 제목에서 당연하게도 남녀의 사랑을 얘기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씩 보면서 느끼게 된 건, 내 말이 '멜로'라는 장르의 편견이었다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 모두, 연인일 때만 이루어지는 일들이 아니다. 나와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만남과 헤어짐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홍시준, 고겸, 손주아의 오랜 우정', '고겸과 고준의 형제애', '김무비와 아빠의 가족애', '감독님과 비디오 가게 주인이 고겸에게 보인 정'이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관계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도 하고, 그리워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멜로'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특히나 고겸이라는 인물에게 눈길이 갔다.

허허실실 웃고, 가벼워 보이는 사람인데, 정작 자기 속을 터놓거나 힘들다고 말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면 욕하고, 화냈을 상황인데도 웃으면서 '행복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나레이션으로 나온다.

지금이 불행하다면 언젠가 행복이 올 거라고 하는 모습은,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 자신을 위로하는 걸로 보였다.

형이 사고 당했을 때도, 분명 힘들었을텐데 형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친구인 시준에게도 힘든 내색 하나 없다.

하고 싶다던 영화배우도 그만두고, 형에게 걱정 말라며 원고를 쓰는 모습이 '일찍 어른이 된 아이' 같아서 계속 신경 쓰였다.

특히나 마음이 걸렸던 부분은, 형인 고준이 놀러 가자고 하거나, 하고 싶은 걸 얘기하는 부분이다.

고준이 왜 다치게 되었는지 알게 된 고겸은, 참고 있던 불안이 터져나온다.
"조용히 떠나고 싶어? 그럼 떠나도 돼.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하던 대로 형 살릴 거니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다음이 어떨지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후회하게 될 고겸이 걱정됐다.
다시 곱 씹어 보니 형을 잃고 싶지 않은 발악으로 느껴져, 코끝이 시큰거린다.

형을 잃고 난 뒤의 고겸은 평소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형의 부재를 누구보다 차가운 공기로 깨닫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속을 말하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농담 던지는 고겸의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참고 버티는 것 같았다.

그제야 멜로 무비가 하고 싶은 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목이 왜 멜로 무비여야 했고, 주인공들이 왜 상실, 이별을 겪은 채로 진행되어야 했는지가 선명해졌다.

멜로는 '어떻게 극복하고 일어서는지를 보여주는 성장과정'이라는 것을, 주인공들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우리 삶의 장르는 멜로가 분명하다. 고겸이 '내 이번 생의 장르는 멜로다.'라고 말하던 것처럼.

그리고 나는 고겸에 대해 생각하다가 하나를 더 깨달은 게 있다.

힘들 때면, '더 붙잡고 있지 말고, 흘려 보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미련, 후회, 아쉬움,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있을 터다.
자기 자신도 놓지 못한 감정을 남에게 흘려 보내라 말하는 건, 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나아질 때까지 옆에 있을게.' 라는 말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아질 때까지 옆에 있어주는 건, 말 없이 행동으로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고겸과 멜로 무비를 매개로, 나조차 깨닫지 못한, 일상 속에 숨겨진 편견들을 마주하며, 사유하는 순간이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감상문에 대한 시를 적어보았다.



[감상시]


성장과정

나는 무엇을 잃었을까?
뒤를 돌아보니 자리만 있다

나는 무엇을 잊었을까?
손을 펼쳐보니 자국만 있다

나는 무엇을 사랑할까?
옆을 바라보니 당신이 있다

나는 무엇을 밟았을까?
발을 떼어보니 길이 나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당신의 손을 잡고 걷는다

쓰러지고 넘어지기 일쑤,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 본다

나는 어디를 봐야 할까?
당신이 이끄는 대로 끌려간다

슬픔이 자리한다고 해도,
울지 않고 당신과 함께 나아간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을까?
당신이 나를 보고 미소 짓는다

내 끝이 어디인지 몰라도,
나는 당신과 무한히 성장할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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