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R IAN의 Merry Go를 듣고 난 후,
올해의 첫 곡으로 들은 노래는 DPR IAN의 〈Merry Go〉였다.
사실 새해의 시작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곡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몽환적인 멜로디와 ‘Merry’라는 단어 때문에 포근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 보니, 이 노래는 기억이라는 회전목마에 갇혀 떠나지 못하는 누군가의 상념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로 얼룩진 노래라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마음이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를 듣게 된 이유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새해를 맞아 후회 없이 살겠다고 다짐하며 이 곡을 시작의 노래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노래가 유독 아프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쁘다는 핑계로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며 이별을 앞당긴 선택에 있다. 지금은 바쁘지만, 일이 끝나는 대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더라면 후회는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했음에도 그것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제목에 ‘Round’라는 단어 하나 없이도 회전목마를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노래를 듣는 동안 감정적으로 멀미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후회의 잔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였다면 빠르고 강하게 한 번 앓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회전목마는 알지 못하는 속도로 서서히 사람을 어지럽게 만들기에, 그 고통이 더 길게 남는다.
나는 이 회전목마의 의미를 바꾸고 싶어졌다. 후회하게 된 그날을 떠올리되, 더 이상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과거를 마주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도구로 삼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회전목마는 언제든 탈 수 있고, 또 언제든 내려올 수 있는 안전한 놀이기구가 될 것이다.
회전목마의 말이 여러 개인 만큼 선택지도 많아진다. 언젠가는 이 회전목마를 내가 지배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후회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Merry Go〉는 나에게 새해의 시작으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 노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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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시]
회전목마
느릿느릿 돌아가는
말들의 향연
겉으로는 안전해도
알지 못 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의 풍경
속으로는 위험해도
외면하고 만다
뒤로 감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멈추지 못 해서
제자리에 있다
느릿느릿 돌아가는
말들의 향연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의 풍경
나는 지금 어디인지
모르는 채로
오르골 위 조각처럼
돌기만 한다
어지러운 풍경 위에
닿을 수 없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돌고만 있다
그래도 발을 딛으며
내리려 한다
이제 나도 알고 있다
멈춰야 한다
어질어질한 회전목마
쉬어도 된다
말들의 향연이 꺼지고
숨을 내쉰다
그럼에도 기억은 끝내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