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창백한 푸른 점
어릴 때 나는 큰 욕심이 없었다. 그림 그리기, 책 읽기, 공기놀이, 땅따먹기. 좋아하는 일은 많았지만 1등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식탐은 있었다. 아이스크림 하나, 피자 한 조각을 더 먹으려고 동생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던 어린시절이었다.)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밌어서 잘하고 싶었지 누구를 제치고 싶지는 않았고, 그 생각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순간에 스스로를 경쟁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동시에 대단한 무언가가 되고는 싶었다.
혼란스럽던 때에 동생이 찍은 바다 사진을 보았고, 그때 오래전에 본 '창백한 푸른 점'이 생각났다.
'창백한 푸른 점'은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 사진을 부르는 명칭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통해 이 '푸른 점'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이며, 이 푸른 점을 소중하게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 점처럼 작은 이 행성은 수세기 내내 싸움과 약탈, 전쟁으로 얼룩졌다. 아주 잠시 동안 이 작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 준 건 바다를 품은 사진 한 장,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었다.
칼 세이건의 말대로, 결국 우리는 어두운 우주 속 외로운 알갱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서로를 찌르는 것보다는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게 덜 외롭지 않을까.
사진 | Nahee P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