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반팔과 반바지

겨울의 기분 나쁜 찬기

by 두목
어린 시적의 기억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굉장히 고생을 했던 부분은 모든 아주머니분들이 (또는 모든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는 한 질문이었다.

아니 애가 너무 추워 보인다.


겨울에 나는 항상 살이 빨갛게 변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상황에서도 반바지 아니면 반팔을 고수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곳이랑 지금 사는 곳은 둘 다 나한테 추워도 견딜만한 추위였다. 보통은 반팔에다가 위에 겉옷을 입었다, 하지만 그런 겉옷조차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얼어 죽기 전에 성냥팔이 소녀처럼 추워 보이는 패딩보다는 훨씬 얇은 겉옷들이었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옷을 더 입히려고 노력을 했지만 나는 절대 입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패딩은 안 입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


하루는 학교 쉬는 시간에 나가서 발목보다 더 높게 쌓은 눈들로 눈사람을 만들러 나갔다. 며칠 전부터 눈이 굉장히 많이 쌓일 정도로 눈은 오랫동안 왔기에, 나는 이미 눈을 가지고 놀기 좋은 장갑을 들고 등교를 했다. 그 장갑을 끼고 눈사람을 만들다 보니 손이 굉장히 차가웠다. 차가운 것이 직접적으로 닿아서 피부가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장갑의 찬기가 손속으로 파고들어 손의 안쪽 뼈랑 근육이 시린 느낌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 그냥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이 내가 왜 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는지 느낀 첫 순간인 거 같다. 그렇게 그날은 장갑을 교실에 말려두고, 다음 쉬는 시간부터는 맨손으로 손이 빨개지고 퉁퉁 부으면 옷 안에 손을 넣어서 따뜻하게 만들고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나

지금은 어릴 때보다 추위를 더 타서 반바지는 잘 안 입지만, 반팔은 여전히 잘 입고 다닌다, 그리고 패딩보다는 부들부들한 털이 있는 겉옷을 더 자주 입고 다닌다. 패딩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딱하나다. 패딩에 살이 닿을 때마다 찬기가 느껴져서 따뜻하지도 않고 소름이 돋는다. 긴 옷도 똑같은 이유로 바람이 불 때마다 이미 차가워진 옷들이 내 살에 닿을 때 똑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맨살에 바람이 닿는 느낌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찬 느낌이라서 참을만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운 느낌은 사라진다. 내가 부드러운 털을 좋아하는 이유는 털은 추운 바람이 불어서 겉옷을 입었을 때 찬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이다. 추울 때 바로 입었을 때 보드라운 털이 건조한 내 피부에 닿았을 때 잠시 내가 이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행복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