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과 '감성'의 차이

내가 가진 '감수성'

by 영화가 있는 밤

요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중에 '갬성'이란 단어가 있다. '감성'을 재미있게 부른 말인데 여행지에 가서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보거나 황홀한 자연을 보고 찍은 사진에 '갬성샷'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감성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갬성'이란 단어가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갬성'과 '감성'은 다른 것 같다. SNS에서의 '갬성샷'은 자신의 즐거움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는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갬성'을 찾는 것이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진정한 '감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SNS에서의 감성 말고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성'을 가지고 있다. 꼭 거창한 것이어야만 감성인가. 자신의 삶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태도,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것 모두 감성이다. 각자가 가진 취향은 모두 다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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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예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사진을 찍고 톡톡 튀는 음악 실력으로 작사/작곡도 하고 훌륭한 감독이 되어 영화를 만들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만 예술가라 불리는 것은 아니다. 집 앞 풍경을 찍더라도 자신과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진을 찍는다면 사진가인 것이고 마음에 담아놓은 글들을 음표에 실어 흘려보낸다면 작사가인 것이다.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마음에 들어 피아노를 뚱가 뚱가 치다 필(feel)이 충만할 때 악보에 얹으면 그 사람이 바로 작곡가이다. 또 마음에 맞는 친구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5분짜리 시나리오를 짜서 카메라로 찍고 사람들에게 보이면 그것이 세상을 이끌 영화감독의 시작이 될 줄 누가 알겠는가. 미래의 어느 순간 황금종려상을 받고 세계 영화의 각본상을 휩쓸지 누가 아느냔 말이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해리포터》의 조앤 롤링 작가나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처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자신의 블로그에 생각을 적는 사람 모두가 작가들이다.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과정과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름다우니 말이다. 그래서 예술과 감성은 대단한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활 속 작은 분야에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 모두 예술이고 그 속에 담긴 모든 것들이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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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감성도 지금껏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어렸을 적에는 몰랐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미가 강했던 '아트'와 '갬성'의 생각에서 벗어나니 '예술'과 '감성'이 보였다. 내가 가진 감성은 먼저 그림으로 나타났다. 어렸을 적 나의 취미는 그림이었다. 지금 보면 정말 못 그렸지만 삐뚤빼뚤 형체를 잡아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싶은 것도 많았고 그때는 상상력이 풍부해 소재도 다양했다. 사극을 보면 주인공들을 그리기도 하고 판타지 영화를 보면 마법 지팡이를 든 캐릭터들을 그렸다. 밖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도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빼곡히 채웠던 그림 노트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기분이 꿀꿀할 때마다 꺼내 보면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된다. 그마저도 어릴 적 내가 했던 예술이라면 그것은 내가 가진 감성의 첫 번째 표현이었다.


두 번째는 영화로 나타났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하느라 친구들과도 밖에서 많이 놀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마땅한 취미가 없던 나에게 가장 훌륭했던 'Hobby'는 영화와 드라마 보기였다. 특히 드라마는 매일 저녁마다 하루 일과에 포함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화와 드라마가 결이 약간 다른데,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데에는 드라마가 최고였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한 일탈이 영화였다. 그렇게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니 어느새 카메라 구도, 연출, 촬영 방법, 연기, 대본의 전체적인 플롯, 그리고 대사까지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는 실력에 이르렀다. 역시 많이 보는 것이 가장 많이 배우는 길이다.


그렇게 영화, 드라마 속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이제는 나의 생각을 글로 쓰고 싶어 졌다. 그래서 끼적끼적 노트에 감상을 적어 보았다. '작가의 시작은 메모'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어서인지 영화를 보고 생각이 날 때마다 감상을 조금씩 적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또 어느새 한 권이 다 되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계속 보았으니 알게 모르게 또 두 권이 되고. 주로 영화에 대해서 많이 적었던 것 같다. 드라마는 한 회차마다 감상을 적기 어려워서 그런지 2시간여 안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가 감상을 적기에 더 편했다.


그렇게 감상과 나름의 분석을 때론 일기처럼, 때론 칼럼처럼 적다 보니 이제는 나만 보는 글이 아니라 그 글을 또 다른 영화, 드라마 애호가들과 공유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블로그에 영화에 대한 생각을 따로 적는 감상 기록란을 만들었고 몇 편 올려보았다. 블로그 유입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함께 읽고 공감을, 때론 자신의 생각을 전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내가 가진 '감성'과 '감수성'이 내 '예민함'의 본질이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오래전부터 나름의 방식대로 표현되어 왔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기뻤고, 감성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 방식과 태도, 오래도록 쌓고 다져왔던 생각, 스스로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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