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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Jul 17. 2024

2. 모범생의 착한 아이 증후군

모범생의 착한 아이 증후군

초등학생 시절 '착한 아이 상'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선행상'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흔하지 않지만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 아이들이 선행상을 받길 원했습니다. 무언가 좋은 일을 해서 상을 받는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과연 선행상이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착한 아이 상이라는 것은 없는 편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착한 아이'라는 프레임은 아이들이 마음껏 세상을 탐험하고 자아를 찾아 나서야 할 시기에 자유롭지 못하게 하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처: 에듀진(구글 검색)


저는 작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님들께서도 서로를 모두 알았습니다. 그래서 소문이 빨리 퍼졌습니다. 누가 몇 등이고 이번 시험에서 몇 점의 성적을 거뒀으며 상을 몇 개 받았는지가 대화의 주된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아파트 몇 평에 살고 아버지,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도 알려져 있었지요. 오늘날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많이 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형편이 어려웠기에 더욱더 남들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 은연중에 무시당하시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가 기를 펴게 하기 위해서라도 어릴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지만 공부라도 잘한다면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겠구나, 하는 것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알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의로만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였기 때문에 공부보다는 쉬는 것이 더 좋았지만, 저희 부모님은 공부와 교육에 있어 강압적인 편이셨습니다. 아마 형편이 어려워서 저희에게 감정을 푸셨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출처: print79.kr(구글 검색)


그래서 저와 형제자매는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19살 때까지 매일 매일 오랜 시간 동안 공부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10대 시절에는 아침에 학교를 갔다가 집에 와서 잠시 간식을 먹고 자기 전까지 공부하던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험 전에 한 달 동안의 계획표를 짜야 했고,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날은 시험 끝난 주의 며칠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험 당일 하루 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학생 때는 눈치가 보여서 소파에서 10분 이상 누워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부모님은 저희가 더 큰 중학교, 더 좋은 고등학교, 최종적으로는 최상위 대학에 가야 한다는 로드맵을 초등학생 때부터 짜두셨습니다. 적성이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는 10대 때 해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스스로도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공부하고 숙제를 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로드맵을 위해서는 공부뿐 아니라 과제와 상도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갈 수 있는 대회에 모두 나갔습니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모든 대회에 나갔고 선행상과 졸업상을 받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되돌아보면 10대 때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10대 시절 내내 모범생, 착한 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았습니다.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지 않도록 노력했고, 전 과목에서 한 문제를 틀리면 다른 과목들을 다 맞았더라도 혼이 났으며, 선생님과 학우들, 부모님 모두에게 완벽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10대 시절은 마치 끝나지 않는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것 다음엔 또 다른 것이 나타나고, 그 미션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는 것이지요. 중학생이 되어서는 더욱 더 높은 강도의 인생을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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