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교육에서 의미를 찾다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
완전히 길을 잃었다 생각했을 때 제게 큰 힘이 된 것은 바로 영화였습니다. 대학교 1학년이 끝난 후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함을 느끼며 한 달 동안 방에서 넷플릭스를 봤습니다. 주변인들은 걱정을 많이 하셨고 저도 스스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처음으로 자유로움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영화와 스토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지요.
이렇게 영화와 내러티브의 매력에 빠진 후 작은 영화 매체에서 기자로서 1년 동안 생활을 하고 브런치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구독자 분들도 생겼지요. 그리고 인턴을 하고 난 다음 해에는 큰 마음 먹고 휴학한 후 여행을 갔습니다. 보통은 인턴을 하거나 자격증 준비를 할 때 휴학을 하지만 제게는 여행이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대로 된 첫 해외여행이었고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탐험하는 것에 대해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현지인 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언젠가 이 다양한 문화권의 분들을 인터뷰하여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은 주변인 분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때로는 싸워서 얻어낸 결과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비로소 제가 원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왜 저는 이렇게 늦은 나이에 방황을 하게 되었을까, 고민해보니 그 답은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받은 잘못된 교육은 저를 찾지 못했던 교육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의 대안 교육과 아우스빌둥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비교 교육, 평생교육, 비형식 교육도 마찬가지로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수식어를 가진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태재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학교가 설립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외에도 스페인에서 창업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몬드라곤 학교, 세상을 돌아다니며 문화를 습득하는 LIU GLOBAL, 그리고 미국의 alternative universities 등에 대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독일의 교육, 핀란드의 교육은 왜 다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EBS와 유튜브 등 다큐멘터리와 책을 읽으며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미네르바 스쿨과 태재대학, LIU GLOBAL 등은 당연히 학교에는 고정된 캠퍼스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탄생했습니다. 미네르바 스쿨을 대표적으로 보면 학생들은 한 학기에 한 대륙씩 탐험하며, 런던, 베를린, 타이페이, 아르헨티나, 서울 등 목적지는 다양합니다. 캠퍼스의 고정 비용을 아끼는 대신 학생들은 직접 프로젝트형 수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창업의 길로 일찍이 들어섭니다. 소셜 벤처도 만들고 거창한 창업이 아닐지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흔한 길입니다. 또한 뇌과학과 인지 과학을 결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의 심리학적 측면, 고객 수요를 검증하기도 합니다.
LIU GLOBAL이나 몬드라곤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편 꼭 세계를 돌아다니는 학교가 아니더라도 영국, 독일과 핀란드는 학생들의 적성을 고려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어야 하지만 영국에서는 GCSE 시험에서도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선택과목을 골라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또한 12학년과 13학년이 되면 원하는 과목 3~4가지만 선택해서 대입을 준비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적성을 파악해 원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에 영국뿐 아니라 독일이나 기타 유럽 국가에서는 미국과 달리 석사 과정이 길지 않고 박사 과정에서도 코스웍(이론 수업)이 없습니다. 이미 이론은 어릴 때부터 충분히 들었으니 새로운 연구를 하는 독립적 연구자로 성장하라는 의미이지요.
요즘에는 기존의 학교뿐 아니라 여행하며 배우는 로드스꼴라, 월드스쿨링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주류 교육이 공고하기 때문에 위의 길을 택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갈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교육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언스쿨링(Unschooling),' 즉 학교를 다니지 않고서 세상에서 배움을 찾는 용어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전직 교사 분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이러한 대안 교육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저는 공교육과 직장이라는 선택지가 아닌 제 3의 길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길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없이 많은 대외활동,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 활동 등을 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브런치를 쓰고 여행을 다니고 원하는 교육을 찾아보면서 비로소 제가 이야기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기획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답을 찾는 중입니다. 다만 제가 지금 흥미로운 것들을 충분히 시도해보고 그것들을 이어볼 생각입니다. 저만의 새로운 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조금이나마 품어 봅니다.
참고한 자료:
https://www.brightworldguardianships.com/en/guardianship/british-education-system/
https://www.vox.com/first-person/2020/7/17/21328316/covid-19-coronavirus-unschooling-homeschoo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