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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Jul 15. 2024

[시대극 특집] <길디드 에이지>

<길디드 에이지>는 제목 그대로 19세기 후반의 도금 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다운튼 애비>의 줄리안 펠로우즈 작가가 맡은 시대극이어서 미국을 배경으로 함에도 영국 시대극의 느낌이 난다. HBO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1. 구권력 VS 신권력

신흥 부호인 러셀 부부

드라마는 구권력과 신권력 사이의 갈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즉 기존 부유층 대 신흥 부자의 다툼이 메인 스토리 아크이다. 신흥 부자를 상징하는 러셀 가문은 미국 철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철강, 구리, 석탄, 석유 등 자원을 독점하면서 부를 쌓았다. 드라마의 오프닝에서도 철도가 지나가는 길이 당시 미국 달러로 바뀌는 모습은 주인공 러셀 가문이 철도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얻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지 러셀과 아내 버사 러셀은 감자 농장주의 딸로서 하층민 출신이었지만 철도 사업을 성공시켰고, 사회적으로도 상류층에 소속되기 위해 애쓴다.


한편 구권력층이란 메이플라워호 이후로 미국에서 권력층을 공고히 유지해왔던 사람들을 뜻한다. 애스터 부인과 딸 캐리 애스터, 바자회 운영단인 모리스 부인과 페인 부인, 그리고 주인공 '매리앤'의 큰고모인 아그네스 밴 라인 부인, 그녀의 아들이자 매리앤과 사촌인 오스카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구권력은 러셀 가문으로 대표되는 신흥 부유층을 그들의 사회,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상류층에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러셀 가문은 구권력층에 밀리지 않는데, 드라마에서 이 러셀 가문의 행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지 러셀은 구권력층이 개최한 바자회의 모든 가판대마다 목표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인 100달러를 주면서 한 시간 내로 러셀 저택에 물건을 배달해 달라고 하고 모든 가판대를 치우며 바자회의 문을 닫는다. 이것은 러셀 가문이 구 권력층에게 누가 힘의 중심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에피소드이다. 여기서부터 러셀 가문의 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기존의 전통과 달리 새로운 건축가에게 저택을 의뢰하고 프랑스 출신 요리사를 고용하는 것 또한 구권력층과 다른 러셀 가문만의 행보이다.


한편 구권력층 내에서도 분열이 생긴다. 당시 사회적 통념과 달리 동성애자인 오스카, 그리고 러셀 가문과 친분을 쌓는데 서스럼 없는 매리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뿐 아니라 구권력층은 점차 신흥 부호에게 밀리면서 기존의 입지를 잃는다. 기존 부호층들 중 시의원들은 조지 러셀과 협력해 철도 건설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주겠다고 하고 전재산을 동원해 주식을 매수했지만, 이후 러셀을 배신하고 법안을 철회한 후 주가가 폭락할 때에 다시 주식을 대거 매수하며 몇 배의 이익을 꾀했다.


하지만 러셀이 그들 시의원의 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부를 통해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을 모두 사들이며 주가를 유지시키자 시의원들은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러셀에게 자비를 빈다. 하지만 이미 모욕과 배신을 당한 러셀은 무릎 꿇은 시의원에게서 등을 돌리고, 결국 그 시의원 패트릭 모리스 씨가 자살하는 시퀀스가 나온다. 남편을 잃은 모리스 부인이 남편의 묘 앞에서 복수를 다지고, 버사 러셀 부인은 ‘약육강식의 법칙’을 말하며 조지 러셀이 강하고 모리스 씨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두 장면은 서로 대비되면서 몽타주처럼 결합되어 구권력과 신권력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점차 신흥 부호들의 힘은 강해지고 J P 모건, 록펠러, 밴더빌트, 러셀은 그들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설립하려고 한다. (실존 인물들이 언급된 것이 재미있으며 역사적 타당성을 높인다) 단적인 예시로서 그들은 기존의 오페라 극장보다 스무 배는 화려한 새로운 오페라 극장을 짓는다. 교향곡 공연이 있는 아카데미 특석은 구 부호들의 철옹성과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소속될 수 없으니 새로운 요새를 설립한 것이다.


결국 시의원들과 자선사업 운영진인 부인들은 점차 러셀 가문이 상류층 사교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돕는다. 새로운 질서와 세상 위에서 조지 러셀은 ‘유니언 스테이션’을 건설하는 법안 통과를 바탕으로 뉴욕에서도 철도 사업을 확장시켜 나간다. 그리고 실제 역사가 조지 러셀의 이야기에 결합되었다. 드라마에서는 실제로 토마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견해 뉴욕 타임스 건물을 밝혔던 에피소드를 차용하면서 러셀의 통찰력을 돋보이게 한다. 러셀 부부는 추후 전기가 보급될 것임을 예측하고 전기를 적극 받아들여 철도 역사의 발전에 힘쓴다.


2. 여성 서사

드라마에서 주목해볼 만한 점은 여성 캐릭터가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주인공 메리앤의 비중은 낮은 반면 러셀 부인은 조지 러셀보다 더욱 강력한 캐릭터 성격을 지니며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러셀 부인인 버사는 자선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을 통해 사교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한다.


특히 여성 서사의 소재로 등장하는 단체가 바로 여성이 설립한 적십자이다. 적십자는 극중 세 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로 가장 기본 목적인 구호이다. 당시엔 여성 투표권이 없고 실질적으로 상이 군인이나 재난 피해자들을 돕는 구호 단체가 없었는데 적십자가 그 역할을 해낸다. 둘째로 적십자는 버사 러셀이 뉴욕 상류층에 편입되는 사다리가 된다. 셋째로 이 적십자는 흥미롭게도 러셀 가문의 철도 사업과 맞물린다. 철도 탈선으로 인해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러셀 부부는 적십자의 설립자인 바튼 양과 협업해 사건을 수습해나간다.


3. 사회적 편견 논의

매리앤

이번 드라마가 정치적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서 구권력이 신권력을 상대로 터줏대감의 힘을 보여주며 기싸움을 하듯이, 작품은 주인공 매리언의 열린 시선을 중심으로 소외된 인물들을 그린다.


가령 체임벌린 부인이 대표적이다. 처음 버사 러셀 부인도 마을에서 소외되었듯이 체임벌린 부인 또한 신흥 부호의 인물이지만 과거 행적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 주변에서 소외된 인물이다.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체임벌린 씨와 불륜 관계였고 혼전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동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명예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한 번 공동체 밖에 나가면 다시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흑인인 페기 스콧도 작품 속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녀는 1화부터 펜실베이니아에서 매리앤과 함께 뉴욕에 오고 우연히 메리앤의 고모인 밴 라인 부인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그녀는 당대 흑인 여성으로서 겪었던 소외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사회적 약자였기에 백인 구독자 중심의 잡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출판해달라고 의뢰해도 저작권을 가질 수 없고, 흑인 소녀 중심의 이야기를 백인 가난한 남자아이로 바꾸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교육받은 여성이지만 하인들과 같은 방에서 지내기도 한다. 이처럼 페기를 대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은 유색인종에 대해 사람들의 일반적 시선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매리앤마저도 페기의 가족이 가난할 것이라 생각해 낡은 신발을 선물해주는 시퀀스는 매리앤도 내재하고 있던 편견을 극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관계가 한 번 삐끗했지만 매리앤은 동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러셀 가문, 체임벌린 부인, 그리고 스콧 양과 관계를 이어나간다.


4. 로맨스

매리앤과 페기

시대극에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매리언은 애그니스 고모의 반대 속에 비밀스러운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녀는 고향 펜실베이니아에서 알고 지냈던 가족 변호사 레이크스 씨와 썸을 탄다. 하지만 당시 결혼은 경제적 계약이었고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과 부의 축적을 꾀했다. 따라서 레이크스 씨는 명문가의 자제가 아니었기에 매리언과 레이크스 씨의 관계는 애그니스 고모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레이크스 씨는 더 부유한 새로운 여성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매리언은 다시금 상처받는다. 이처럼 결혼이 경제적 거래인 당대 상황은 하녀의 야심으로도 이어진다. 극중 러셀 부인의 총애를 받는 시녀 터너 부인은 조지 러셀 씨를 유혹해 정부가 되어 신분 상승을 도모하려는 야망을 가진다. 하지만 조지 러셀은 그녀의 유혹을 뿌리친다. 그러나 터너는 지속적으로 러셀 가와 밴 라인 가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5. 시즌 2의 기대점

가장 중요하게는 구권력과 신권력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신흥 부호의 힘이 커졌지만 여전히 구권력층의 중심인 애스터 부인과 밴 라인 부인은 잠시 러셀 부부에게 고개를 숙였을 뿐 그들을 무너뜨릴 순간을 엿보고 있다. 시즌 2에서도 두 집단 간의 기싸움이 여전할 텐데 역사적 흐름에 따라 시대의 폭풍이 그들을 어디로 이끌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메리앤의 깨진 로맨스, 터너 부인의 야망, 그리고 성적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러셀 부인의 딸 글래디스에게 접근한 오스카 등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주연들뿐 아니라 자신의 숨겨진 아이를 찾으러 떠난 페기가 유색 인종 전문 신문사에서 사회부 기자로 거듭나면서 시대의 변화를 글로 남길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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