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당찬 5살 소년, 그가 보여주는 인생의 '메이저리그'
첫 번째 메인 디쉬들을 맛보며 긴 성장기의 흐름을 느꼈다. 성장기를 지나다 보면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긴다. 특히 그 꿈은 10대 때 가장 빛난다. 목표를 이룬 후보다 그것을 위해 성심을 다하는 과정이 더 멋있지 않은가. 이번 요리를 통해 이루고픈 꿈을 좇는 10대의 이야기를 맛보자. 여러분의 10대를 떠올리며 영화 요리의 맛을 마음속에 그려보길 바란다.
어렸을 적 하는 운동은 누군가에게 평생의 꿈이 되어준다. 그 꿈은 우리가 힘들 때 곁에서 같이 걸어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종목은 다양하지만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몸과 마음은 놀랍도록 건강해진다. 체력적으로는 힘들 수 있어도 운동이 인생에 들어오기 전과 후는 매우 다르다.
여기 5살 때부터 야구선수를 꿈꾼 소년이 있다. 이름만큼 강한 '강찬.' 야구선수가 되는 것은 그에게 꿈 그 이상이었다. 이 강찬 소년은 살면서 많은 역경을 겪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기도 한다. 치열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5살 소년의 10대 성장기는 그래서 뜨겁고 당차다.
강찬은 유명한 야구선수의 아들이었다. 흔히 야구에 있어서 '4번 타자'는 타석에 서는 선수들 중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등번호가 4번일 때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타석 위의 선수에게 주의를 기울인다. 찬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라운드 위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한 몸에 받는, 4번 타자.
그렇기에 찬이 어렸을 때부터 야구선수를 꿈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능하고 명성 높은 야구 선수의 아들이니 찬에게는 방바닥을 짚고 일어서는 것보다 그라운드에서 흙을 털고 일어나는 것이 더 익숙했다. 그는 장난감을 쥐는 것보다 경기장에서 아버지가 던진 야구공을 잡는 것이 더 좋았다. 찬은 아버지와 캐치볼을 할 때 그 어느 순간보다 더 행복했고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꿈을 품었다.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수'가 되는 것.
투수가 되겠다는 꿈은 찬이가 크면서 더 구체화되었다. 그에게는 날아온 공을 방망이로 치는 타자만큼이나 그 공을 힘차게 던지는 투수가 멋있었다. 그래서 찬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공을 배운다. 그는 우선 직구를 배우고 속도를 높여 강속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한다. 시속 130~140km대라는 기록적인 강속구가 대사로 나타나며 찬이 투수로서 가진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찬은 강속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연습한다. 피치 할 때의 자세나 손 모양을 세심하게 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타자의 눈속임을 위해 방향이 빠르게 바뀌면서 정확하게 꽂히는 변화구를 시도한다. 찬이 투수 연습을 하는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각종 투수의 폼과 공들의 형태, 속도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서일까.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투수들의 투구에 대해 재미있게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면 오히려 야구에 흥미가 생기고 캐치볼을 하며 다양한 투구 폼을 연습해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것 같던 찬도 시련을 겪는다. 주인공 이름이 왜 '강찬'일까. 강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찬은 초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가 유능한 어린이 투수로서 이름을 떨친다. 그러다 한 시합 도중 무리한 투구로 인해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고 더 이상 투수로 활약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포기한다. 청소년 시절의 꿈은 때로 접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찬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오른손 투수가 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투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바로 '왼손 투수'가 되는 것.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투구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존에 투구를 하던 팔이 아닌 반대쪽 팔로 예전과 같은 스피드와 강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강찬' 소년은 일반적인 생각을 믿지 않았다.
간절한 소망은 자신의 한계를 믿지 않을 때 실현된다고 한다. 찬도 마찬가지였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찬은 야구를 잠시 포기해야 했던 시간 동안 왼팔을 단련한다. 예전과 같은 실력은 아닐지라도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그에게는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찬은 왼팔 투수로 거듭난다.
시련을 극복한 찬의 곁에는 그를 지지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렸을 적 야구 시합에서 찬은 오른손 투수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같은 팀 친구들은 시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의 플레이를 따랐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명주'가 있었다. 서명주는 훌륭한 포수였다. 그녀도 찬의 시합에서 손목을 다쳤지만 그녀의 몸이 뒤로 밀리더라도 끝까지 찬의 공을 받아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강한 찬의 속구에 명주도 손목이 아렸지만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찬의 공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명주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찬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다시금 서로의 스포츠 인생을 응원한다. 찬이 다친 시합 이후 그녀 또한 야구를 포기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소프트볼 부에서 다른 운동을 계속하다 우연히 찬을 만난다. 야구를 포기한 줄로만 알았던 찬이 왼손 투수가 되었다는 소식에 명주는 다시금 찬을 응원하기로 한다. 비록 그와 같은 스포츠 종목을 뛰지는 않지만 명주는 어릴 적 포수를 하며 경기장에 있었던 마음을 되새긴다.
그런 점에서 명주도 찬과 마찬가지로 한계와 상처를 극복한 인물이다. 그녀가 찬의 공을 받아 주었던 것은 그가 유망한 야구 선수가 되리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명주는 자신의 손목으로 그 꿈을 받아 주었다. 그런데 손안에 있던 누군가의 꿈이 부서졌을 때 명주도 무너졌다. 그래서 그녀는 야구가 아닌 소프트볼로 방향을 틀고 찬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찬을 다시 만난 이후 그녀는 다시 야구 경기장에서 그를 뒷받침해 주기로 결심하고, 이 다짐은 고등학생이 지나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서로를 단단하게 잇는 줄이 되어 준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진이 한 말이 있다. 작품에서 가장 큰 소재는 주인공들이 삶에서 역경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찬과 명주는 그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작품 초반에 찬이 어릴 적 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는다는 설정을 고려할 때 그가 겪은 시련은 단순히 꿈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에게 아버지는 야구선수라는 꿈을 처음 심어준 사람이기에, 홀로서기 후 왼손 투수가 되어야 했던 찬은 심적 지지, 능력, 꿈 모두에서 역경을 극복해야 했다.
그럼에도 찬은 자신을 응원하는 야구팀 친구들을 만나며 한계를 이겨내고 명주의 도움으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 했던 꿈을 이룬다. 6기의 시리즈로 이루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주로 1, 2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5살 찬이부터 고등학생이 된 찬과 명주의 일화를 두 시리즈에 걸쳐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과 명주의 이야기는 그들의 10대 시절 꿈을 보여줄 때 가장 빛난다.
10대의 열렬한 꿈을 가지고 끝없이 도전했던 찬과 명주처럼 《메이저》는 '메이저리그'보다 더 큰 의미를 포함한다. 꿈을 가진 청소년은 한 마운드 위에 서 있다. 언제든지 땀을 흘리며 달려 나갈 수 있는 마운드. 그런 청춘이라면 그가 달려가는 길이 모두 인생의 '메이저리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