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상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물고기 Jul 07. 2017

레이버데이

레이버 데이              

저자 조이스 메이나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7.01.16.




엄마는 제대로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아기와, 그 전의 몇 번의 유산으로 별이 되어 떠나간 아이들의 빈자리에 마음구멍이 메워질 날 없었던 여자였다.

아빠는 이제 그만 남들만큼, 보통의 가정만큼만 아프고 고민하고 싶었고 젖은 몸이 마를 새 없이 슬퍼하는 엄마가 버거웠을거다.

엄마가 끌어안고 산 슬픔도 아빠의 새 가정을 받아들이는 일도 헨리의 의사가 관여할 새도 없이 감정과 분별력을 형성하기 무렵 이미 결정되어진 일들이었다.

부모님의 사정에 환경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자식들의 사정이 이렇다.

엄마는 세상 모든 일에 조심스러웠고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아빠의 새 가정, 이복형제들과 계모도 불편하다.

열살 남짓한 아이에게 나의 식구가 모두 모인 저녁식탁의 결핍은 어딘가 허전하지만, 담담한 척 받아들여야 할 일상으로 자라게 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이였다.
같은 나날들에 무슨 사건이 터지길 바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남자 ‘프랭크’와 함께한 짧지만 강렬했던 레이버데이 동안의 사건은 모처럼 흡입력에 압도되어 읽었던 소설이었다.

사람이 주는 애정과 관계의 힘은 무섭다.

프랭크와 함께한 엿새 남짓의 시간이 헨리와 그의 엄마 아델을 관통하면서 변화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흑백 사진의 한 귀퉁이부터 본연의 색을 찾아 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소년 헨리가 엄마,아빠,나의 자리가 채워진 행복을 상상하면서 어쩌면 진짜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프랭크를 통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한 가족의 기대감을 조금 다른 그림으로 상상했던 나의 경우에 비춰 이해할 수 있었다.

상상과 현실은 곧잘 같은 합을 내어주지 않고 그로서 내가 사랑하는 일부 가족이 원하는 현재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해주기까지 기대감의 날숨으로 풍선을 불고, 바늘로 터트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자라는 것이라면, 
조금 덜 자라도 좋고 철없다며 손가락질 받아도 좋으니 가족으로 아프고 싶진 않으며, 세상의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원작 기반으로 한 영화도 이미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렸던, 아델과 헨리의 공간을 오늘밤엔 영화로 만나봐야겠다.
설렌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