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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하고도 열등한 자가격리생
사진일기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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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물고기
Mar 16. 2020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엄마는 수원시 지침으로 지난 8일간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졸지에 빈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꼬맹이가 된 심정을 잠시 떠올렸던 30대의 장성한 딸(나), 아들(동생)은 기다림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온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외로운 섬에 갇혀 일상을 잃어가고 있었다.
자가격리를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에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잘 지키는 중인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인터넷, 뉴스에서는 난리였지만 집안에선 마스크 품귀현상이 잘 실감 나지 않았다.
일 년여 전 사두었던 마스크로 그럭저럭 버틸만했고, 무엇보다 마스크를 소진시킬만한 외출이 없었기 때문에 재고는 여전했던 것이다.
(집에서도 철저히 끼고 있는 사람도 있다지만 혼자가 대부분, 가끔 2명 정도 들어차는 집안에서는 그렇게까진 되진 않더라.)
샤워타월이 낡아 다이소로 사러 가던 중에 마스크 구매를 위한 기나긴 줄을 맞닥뜨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시국에 마침 백수가 되어, 홀로 떨어져 지내고픈 기분이 들어 평탄한(?) 격리 활동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위험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8일 만에 나와 본 바깥세상은 한산하고, 고요한 거리였지만 스산한 전쟁이 곧 들이닥칠 것 같은 불안함이 숨어든 느낌이었다.
엄마는 이틀간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요양원에서 2차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라는 적에 맞서 개인의 삶과 자유를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었다.
우스갯소리로라도, 장난으로라도, 히키 찐따의 디폴트 언어습관으로라도 홀로 지내는 평화, 기쁨 따위의 말을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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