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35회/가을 수집 생활

by 모순


엄니가 만들어주신 도토리묵을 먹었다.

쫀득쫀득 맛있었다.


도토리 주우러 가자


도토리묵을 먹고 나서 가족들이 함께 도토리를 주웠다.

평소에는 발밑에 굴러다녀도 그냥 지나친 도토리가 이젠 음식으로 보여 열심이다.

3대가 함께 머리를 숙이고 도토리를 주워 한 바구니에 넣는 모습이 귀여웠다.


도토리는 어쩜 이름도 귀엽고 맛도 무해하다.

대추나무에서 따먹는 대추도 밭에서 바로 딴 배추도 달았다.

가을은 맛있는 계절이다.


아이 학교에서 나눔 장터를 했다.

준이는 팔 물건을 신나게 골라

학교에 가지고 갔다.

하교할 때는 친구들한테 산 옷과 모자를 걸치고 있었다.

나눔 장터에서 산 작은 신발까지 구겨 신고서.


이게 누구야 하면서

아이를 안을 때 낯선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났다.

준이는 나눔 장터에서 산 동그랗고

팝잇을 내 스탠드에 걸어주며 선물이라 했다.

덕분에 내 공간에 좋아하는 동그라미가 늘어나고

더 알록달록 해졌다.



우리 나누자요


준이는 나눔 장터 이후로 나눔 애호가가 되었다.

아, 아끼고

나, 나누고

바, 바꾸고

다, 다시 써요를 외친다.

내가 뭐라도 버릴라치면

어떻게 필요한 사람과 나눌지 궁리한다.

가을은 무언가 모으거나 나누기 좋은 계절이다.


큰돈을 자매가 나누는드라마도 봤다.

작은 아씨들

여둘톡 28회 에피소드 제목은 [작은 아씨들]과 아주 큰돈이었다.


그 방송을 듣기 위해 작은 아씨들 12회를 정주행했다.

친구가 좋아하는 드라마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나도 따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의 세상도 넓어지는.

내 곁의 친구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웃다가 눈물 나게 수다 떠는 가을밤도 좋았다.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라고 외치던 페퍼톤스가

가을에 내놓은 7집 앨범을 듣는다.

아, 좋다.

이야기, 음악으로

익숙했던 공간이 낯설어지고

낯선 공간이 익숙해지는 경험을 한다.


해 질 녘 동네 공원을 걷는데

색소폰 음악 소리가 났다.

와 케니 지의 러빙유다.


와, 예쁘다


석양, 음악, 호수를 배경으로 걸어가던

람들의 감탄 소리를 듣는다.

자 있어 말하지는 않아도

내 기분 같은 말을 들으면

내 마음이 꺼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이게 되나?


주말 3주 연속 축제 현장에 있었구나.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하고 춤추는 기쁨

이번 가을에 흠뻑 느껴본다.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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