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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싫은 일만 있을 뿐이다.

不完全ルーティン - マコトコンドウ

by 이오십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은 없다.


*


언니는 돈을 빨리 모아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평소에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것도 참고, 매주 가스레인지 앞에서 일주일 치 저녁밥을 미리 만들어 냉동한다. 교사로서의 작지만 소중한 봉급을 모아 모아, 안정된 자산을 형성하고 싶어 한다.



이번 주 주말에는 대학 동기의 결혼식이 있다고 한다. 다음 주 일요일에도, 다음 주 토요일에도 결혼식이 있다. 대학 때 봤던 모습보다 세련되고 예뻐진 모습으로 가고 싶어서 큰 맘먹고 세일해서 18만 원짜리 블랙원피스를 인터넷으로 샀다. 결제 당시에도 이 옷이 얼마나 자신에게 어울릴지, 실제로 보면 부드러운 재질일지, 매끈한 재질일지 궁금해서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며 이 원피스가 나에게도 어울릴까, 기대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오늘 옷이 배송 왔다.


언니는 종종 카카오톡으로 페이스통화를 건다. 주로 자신이 산 물건에 대해서 의견을 묻기 위해서이다.


원피스는 무릎까지 오는 기장에, 넓은 스퀘어 넥라인이 눈에 띄는 깔끔한 스타일의 원피스였다. s사이즈였음에도 불구하고 암홀이 컸다. 얼마나 큰지 팔을 조금이라도 들어 올리면 속에 입은 나시가 훤히 보였다.


“요즘은 또, 뭐 이렇게 다 입고 다니지 않나?”

“팔을 들어 올리지 말아 봐. 오히려 들어 올리니까 자꾸 집중되어 보여.”

“위에 얇은 카디건을 하나 걸치는 건 어때?”


정말 T스러운 답변이 이어졌다. 딱 보기에도 언니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일주일 기다려온 탓인지 영 포기를 못하고 “어때 보여?”를 반복했다. 사실 인터넷 쇼핑을 자주 해 본 사람으로서, 웬만한 쇼핑몰에서 파는 옷이 왜소한 체구의 언니에게 딱 맞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때? 여기 많이 파여보여?”

“잘 봐봐. 이렇게 입으면 너무 튀려나?”

“남들이 보면 신경 쓰일 정도야?”


언니의 질문이 이어졌다. 얇은 카디건이라도 하나 걸쳐보라는 나의 말에 언니는 마침내 짜증 섞인 투로 ”내가 방법을 물어봤어? 어울리냐고, 이거 입고 가도 되겠냐고 그것만 말해줘. “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언니가 왜 짜증 났는지 알고 있다. 자신도 이 원피스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이즈부터, 디자인까지. 로맨스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완벽한 의상을 입은 여자주인공이 되길 원했던 것일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기대하면서 기다린 옷이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실제로 입어보니 별로니까.


*


같이 쇼핑 나가서 어울리는지 봐주고, 직접 어울리는 옷도 보고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집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의 신체사이즈에 알맞은 옷을 옷장에 구비하는 건 안목과 취향, 경제력이 반영되는 영역이다. 옷차림만 봐도 관심 있는 사람은 느낄 수 있다. 아 이 사람 옷 좋아하네, 스타일 괜찮네,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잘 아네…


자신의 몸이 뭘 입어도 태가 나는 사람이라면 뭘 입어도 상관없겠지만 대부분 보완할 점이 있다.



언니는 엄마에게 전화로 구구절절 말했다. 자신의 감정부터 - 내가 이렇게 공들여서 옷을 샀는데 반품을 하게 되어 속상하다, 같은 공간에서 옷을 봐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이번 주에 집에 오면 백화점에 같이 가보자는 엄마의 말에) 백화점에 가서 같이 옷 사는 것도 사실 부담스러워서 싫은데 그래도 어울리는 옷을 한 벌 구비해 두는 게 이번엔 나에게 중요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걸 사줘야지 사줘도 옛날 대학시절 발랄한 느낌의 옷은 이제 싫다,… -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조금 화가 났다.


그렇게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싶고, 자신의 신체에 알맞은 의상을 가지고 싶었더라면 시간을 내서 백화점이든 마트든 아웃렛이든 가서 옷을 입어보고 사면 되는 건데 왜 이런 투덜거림 섞인 감정을 엄마에게 해소하는 걸까?. 엄마는 언니의 말을 들으며 무조건적인 공감을 해줬다. 거기서 나는 더 답답함을 느꼈다.



요즘 옷 값이 비싼 것을 알고 있다. 소위 디자이너브랜드의 원피스를 하나 사려고 하면 최소한 20만 원은 필요하다.


언니는 일 년에 옷을 상의, 하의, 원피스, 외투 합쳐서 10벌 미만으로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돈을 모으려면 옷을 많이 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니는 현재 1억 가까이 돈을 모았다. 대출하여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조금 화가 났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 - 돈을 모아서 빠르게 자산 형성하기- 가 있어서 자신이 옷을 사지 않고 근검절약하고 살아온 것이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언니는 옷 말고 아파트를 선택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세일하는 원피스를 구매하는 것이 본인에게는 최소한으로 지출하면서 최대한의 효용을 주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구매한 옷에 100% 만족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해도 기성품이고, 자신에게 치수가 알맞은지 알 수 없으니까.


아무튼 간에 자신이 오래간만에 동창들 앞에서 단정하게 잘 맞는 옷을 입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면 백화점이든 아웃렛이든 가서 옷을 직접 입어보고 판단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가서 옷 가격을 알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지레 겁먹고 인터넷으로 ‘맞겠지~’ 하고 구매한 건 언니 본인이다. 근데 왜 엄마에게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구입한 것에 대해 투덜거리는 건지?. 그 행동이 자신의 감정을 엄마에게 해소하는 것 같아서 나로서는 싫었다.


심술 나는 부분은 또 있다. 자꾸 본인은 돈이 없다고 어필하면서, 가성비로 세련된 이미지를 얻으려고 하는… 제 값을 주지 않고 싸게 먹으려다가 못 먹으니까 되려 화내는…

물론 비쌈과 세련됨이 동의어는 아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차림을 만들기도 투자의 영역이다.


*


결국 언니는 옷을 반품했다.



나는 본인이 해소해야 할 감정을 타인에게 털어내는 게 싫다. 투덜거리던지,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난다던지. 본인 감정대로 상대방을 대하는 게 비호감이다.


*


- 자꾸 엄마에게 감정 털어내는 것도 습관이야, 왜 자꾸 언니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데?

- 멀리 사니까 그렇지, 나가 살아서 그래. 그리고 동창들 만난다는데, 나는 언니 마음이 이해가 간다.

- 이해 가는 걸 떠나서, 왜 저렇게 징징대는 거야. 본인이 돈 모으고 싶어서 주머니를 줄였던 거라면, 지금은 조금 풀어서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결국 다 본인 욕심 아냐? 부자도 되고 싶고, 또 세련되어 보이고는 싶고. 근데 이걸 왜 엄마한테 푸냐고. 진짜 이해 안 돼.

- 언니도 알아, 미안하다고 하잖아. 아마 본인도 힘들 거야.

- 얼마나 미안해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안 미안해하는 것 같아. 엄마도 그래, 왜 언니한테는 유독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야. 솔직히 내가 더 스트레스받아. 앞으로는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지 말아 줘.


- 가족이니까 좀 이해해 줘. 어디 나가서 저러겠니. 이런 거 말할 사람이나 있겠어?

- 내가 왜 이해해줘야 하는데. 내가 뭐 부처야? 다 이해하게. 그리고 엄마, 언니한테는 공감을 많이 하는데 내가 하는 말에는 그다지 공감해주지 않는 거 알아? 오히려 나에게는 이해해라, 혹은 변명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마.


써놓고 보니 엄마는 언니에게 끌려다니고 나는 엄마에게 끌려다니고 있었다. 그냥 언니와 엄마 사이의 일이 그렇구나, 하면 되는데 왜 나는 굳이 오지랖을 펼치고 있는가…


생각해 보니 나는 좀 서운함을 느꼈다. 나는 엄마를 직접 보면서 엄마의 피곤함도 느끼는데 엄마가 언니와 통화할 때는 목소리 톤부터가 달라지니까. 결국 엄마와 나의 문제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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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간에 이렇게 마음 쓰게 되는 것도 나라는 점이 참 마음에 안 든다. 언니는 아마 내일을 위해 자고 있을 것이다. 이 못마땅한 감정을 나 역시도 그냥 넘겨버리려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언니의 행동은 이해가 안 가지만 언니의 마음엔 공감할 수 있다. 엄마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가지만 엄마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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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말차 크림 카스텔라를 먹어봤는데 많이 달았다.

투썸플레이스 말차를 마셔봤는데 이건 하나도 달지 않았다. 말차크림라테와 다른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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