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Wall - NMIXX
신인감독 김연경이라는 여자배구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유튜브에 나온 클립을 봤는데 역시 세계 지존에 있던 사람은 생각부터가 다르구나, 감탄했다.
요새 내 행동이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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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스포츠에서 플레이어가 해야 할 행동은 ‘팀의 승리’로 이끄는 행위다. 이 지점에서 개인을 돌아보게 하는 멘트가 두 가지 정도 기억에 남는다.
1. 뜬 구름 잡는 소리 말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것.
망설여져서, 심적으로 불안해서, 분위기가… 추상적인 표현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예를 들면 볼을 어디로 보낼지 경기 흐름을 읽을 것, 컨디션 관리를 신경 쓸 것 등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행동대응을 찾아낼 것
2.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조차 준비되어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테면 이번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임한다던가, 내가 너무 긴장해서 실수 연발인 상황에서 어떻게 집중력을 올릴 것인지 등 어떤 상황이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또 이렇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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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나온 배구 선수분들 모두 실력이 대단하다. 물론 나는 프로배구를 모르는 입장으로써 내가 하지 못하는 민첩하고 날렵한 디그라던지 내 손바닥이 얼얼해지는 것 같은 스파이크를 볼 때면 ‘정말 다들 엄청난 프로다.’라고 느껴지는 게 당연할 수 있겠다. 김연경 선수의 경기를 보면 또 그건 다른 차원으로 느껴지긴 하더라.
아무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선수 분들은 실제로 프로 배구선수로 활동하다가 은퇴하신 분도 계시고, 국가대표까지 갔다가 참여하신 분도 계시고, 프로팀에 가고 싶어 하는 실업팀 선수분도 있었다. 공통점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잠시 업계에서 주춤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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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를 보면
배구계의 숨은 보석들을 찾아 김연경 감독이 직접 창단한 신생 배구단 ‘필승 원더독스’, 팀의 최종 목표는 배구계 판도를 뒤흔들 ‘프로팀 제8구단’이 되는 것, 진짜 구단주가 나타날 때까지 오직 승리로만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라고 쓰여있다.
7번의 경기를 하게 되고 4패 시 팀은 해체된다고 하는데, 나는 이 팀이 계속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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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슈지츠 고교 배구팀과 하는 경기가 흥미로웠다. 체구는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훨씬 조그마한데, 점프나 파워는 그다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도 고교 때 동아리활동을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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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배구를 수행평가로 처음 배웠다. 리시브를 봤었는데, 공이 너무 단단해서 아프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로는 거의 배구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학생들끼리 경기를 한다고 해도 늘 나의 의도와 다르게 공이 제멋대로 튀어나가기 때문에 제대로 경기가 진행되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차라리 피구를 많이 했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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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기분이나 감정에 대해서 너무 깊이 생각하고 거기에 의미를 뒀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보니까 딱히 내게 도움 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를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은 이득이었는데, ‘지금 내가 우울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의지력이 떨어진다.’ 등으로 삶을 살아가는 건 너무 팍팍하고 어두운 데가 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합리화하는 게 그동안의 내 모습이었던 것 같다.
소위 정신승리라고 하는 그런 마인드가 좀 필요할 것 같다. 근데 말 뿐인 정신승리 말고, 마냥 근거 없는 자신감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오늘, 지금 아니면 없다는 생각으로 해보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게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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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를 해봤으니까 배구에 미련이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