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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Lee Nov 16. 2023

괜스레 초조했던 셋째 날

신기한 매점


내가 돌려준 컵라면이 맛이 없나... 손가락 안 담그고 잘 갖다 드렸는데... 머리카락 빠졌었나... 잘 묶고 있었는데... 

비가 와 쌀쌀한 월요일 아침인데, 왜 아무도 컵라면을 찾지 않는가!!! 받은 수고비 보다 매상이 안 오를까 봐 초조하다.

          


매점을 오래 비워두기 싫은데... 화장실 자리를 잘 못 골랐다. 옆에 여자가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뽝!!뿡!뽝!하고 나가지. 맞은편으로 들어갈걸 자리를 잘 못 골랐다. 잘 못 골랐어. 부스럭 대길래 바로 나갈 줄 알았지. 매점 오래 비워두기 곤란한데... 나가라 나가라 빨리 나가라. 나갔다. 나가라 나가라 손은 씻고 나가라 나가라 빨리 나가라. 손 말리지는 말고 그냥 나가라 나도 나가게. 빨리 좀 나가라. 매점 오래비워 두게 될까 봐 초조하다.               



식당에서 요리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식사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은 닭갈비란다. 맛있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하루에 매점을 4번도 오시는 vip께서 "아우씨, 오늘 또 닭이네."라며 들어오신다. 닭요리는 자주 나와서 직원들이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아오! 나는 남이 해놓은 닭갈비 먹고 싶은데, 라면 물 올려놔야 하나, 밥 안 먹고 대기해야 하나 밥 타다 놓고 라면 줘도 되려나 내 밥이 중한가 매상이 중한가 초조하다 초조해.     



정체가 탈로 난 듯 한 짠돌이의 확증이 필요한데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눈치챘다는 걸 눈치챈 것이 아닐까...... 어서 와서 당신의 자린고비스러움을 확인시켜 주시오. 오늘 그를 보지 못할까 봐 초조하다.


          


머리 쥐어뜯으며 퉤퉤퉤레퉤퉤 퉬미 퉬미 퇴고를 하고 더 이상은 퇴고할 것도 없다! 생각하며 자신 있게 떠나보낸 작가신청서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잘 된 글은 바로 통과가 된댔는데, 지금 오후 4시를 지나 5시를 향해 가고 있다. 종일 브런치 결과에 대해선 덤덤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달까. 주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몰라도 글로는 떨어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있었달까. 애매한 글로 애매한 자신 있었던 지난 도전 때처럼 조바심이 나진 않았으나 '브런치팀도 퇴근할 때가 됐을텐데 오늘 연락을 안 주려나...' 생각이 들자 나의 브런치 합격여부가 궁금해서 조금 초조하긴 했었다.   

             


집에 있었으면 하루종일 휴대폰 붙잡고 브런치 한번 들어가 보고, 다음메일 한번 열어보고, 다시 브런치, 다시 다음.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을 텐데. 밝은 인사 친절한 미소를 유지하고자 내 손가락을 붙잡아 주는 신기한 매점이 있었기에 이날 하루 더욱 안정적으로 잘 보냈다.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신기한 매점. 


사진제공-슬초브런치프로젝트




제목배경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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