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이 커진 이유는 성향이 아니라 에너지였습니다
예기 불안과 완벽주의 성향은 오랫동안 나의 삶을 지탱해 온 기질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성향이 이전과는 다르게 괴로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를 ‘성향’이 아니라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나의 예기 불안과 완벽주의 성향이 나이가 들어가며 괴로움으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는 그것을 에너지 고갈의 문제로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나의 성향으로 인해 괴로움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감당하고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했습니다. 젊었고, 체력도 있었고, 감정적으로도 버틸 여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불안과 같은 완벽주의적 사고가 있어도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수록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감당해야 할 역할은 늘어나고, 회복 속도는 느려지며, 괴로움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과 동일한 성향에서 비롯된 괴로움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괴로움 그 자체가 커진 것이 아니라, 그 괴로움을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괴로움은 더 무겁게 다가오고, 어느 순간에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나는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의 성향을 없애거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성향으로 인해 생기는 괴로움을 잘 다스리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마다 행동의 선택지가 생깁니다. 그 선택지들이 쌓이면서 괴로움의 굴레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괴로움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비록 자신의 성향과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을 비난하거나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라고 자책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할 때, 그 성향에서 파생되는 감정 변화 또한 훨씬 수월하게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성향과 기질은 더 이상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나 자신’일 뿐입니다.
자신의 기질과 성향을 온전히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더라도, 괴로움이 생겨도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괴로움의 크기를 줄이는 길은 성향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고 다스리는 데 있음을 나는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