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엄마라면
부모와 자식 사이는 때로 친구 사이가 되기도 한다는데 생각대로 쉽게 되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 이미 나부터도 친구에게 할 수 있는 대화의 범위와 부모님께 할 수 있는 대화의 범위가 다른 데 말이야. 엄마는 그게 참 걱정이야. 너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툭, 튀어나와 버리면 어떡하지? 그럴 때는 제발 내 입을 틀어막아야 할 텐데.
잔소리꾼이 되어버리면 너와의 대화 시간도 점점 줄어들 게 분명해. 세상에서 제일 궁금한 내 아이의 이야기를 갈수록 들을 수 없다는 것도 얼마나 슬픈 일일까.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엄마, 아빠에게 제일 먼저 알리곤 했던 아이가 점점 자라날수록 입을 굳게 다물게 된다던데. 조금 더 자라서 성인이 되면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려서 하게 되겠지. 괜한 일로 걱정시켜 드리기 싫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가끔씩은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너의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았으면 좋겠어.
너에게 편지를 쓰는 동안에 생각보다 많이 드는 감정이 어떤 건지 아니? 바로 조심스럽다는 거야. 너에 대한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모든 일들이 조심스러워져. 나도 생각 같아서는 너의 생각을 충분히 존중해주고 싶고, 나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싶은데 막상 그러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자신이 없어. 부모가 되는 일은 자신감을 갖고 해내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인거구나, 생각해.
EBS육아학교라는 방송을 보았는데 친구 같은 부모는 가르침을 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하더라. 네가 자라나는 동안에는 당연히 마냥 친구처럼 대할 수는 없을 거야. 네가 성인이 되고,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그때는 정말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선 어릴 적부터 나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친밀함과 권위 그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어야 한대.
그래, 엄마는 열심히 노력해 보도록 할게. 놀 때는 재미있게 놀아주고, 아닌 일에는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어떤 부모들은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를 원하기도 해.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부모와 자식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해. 과연 자식이 그러기를 원할지 생각해 보라면서 말이야. 친구 같은 것을 빙자해 자식의 사생활을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아닌지 되돌아보라고 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네가 성인이 되면 나의 손을 떠나게 될 텐데, 너는 너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될 텐데 역시 그것마저 욕심일 수 있겠구나. 차라리 네가 아주 어릴 때 순간순간 나도 아이가 된 것처럼 신나게 뛰어노는 편이 낫겠어. 네가 나와 함께 놀기를 원하는 시기에 실컷 놀아주어야겠어. 그런 시기도 그리 길지 않지만 말이야.
부모가 되어서 대부분 생각하는 것들은 욕심에 가깝다는 걸 어렴풋이 알 것 같아. 내가 너를 만나고, 너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도 이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끊임없이 욕심부리기를 멈추지 않겠지? 평생토록 나 자신과의 싸움을 멈출 수 없을 거야.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게 되겠지. 그것 또한 전부 너를 위한 노력이라면 충분히 감수해 내야겠지. 걱정 마. 엄마는 너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할 거니까. 엄마도 차츰 성숙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꼭, 약속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