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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낭만을 찾아 에세이를 읽어요

by 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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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낭만이란 무엇인가요? 열심히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낭만을 찾기란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요. 저는 그래서 요즘 일부러 에세이를 찾아 읽습니다. 에세이 분야는 사실 손이 잘 가지 않았던 분야입니다. 저는 주로 실용서나 자기 개발서, 경제도서를 골라 읽었거든요. 독서 취향만 보아도 잔잔한 사색보다는 성과와 성취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네요. 그런데 이런 제가 갑자기 낭만을 찾는다니. 아는 사람들이 보면 뜬금없이 무슨 일이냐며 배꼽을 잡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렴요, 그래도 우리 인생에 낭만은 중요한 것 같거든요.


'낭만'


참 와닿지도 않고 뜬구름 잡는 단어 같기도 한 두 글자. 제가 왜 갑자기 낭만이라는 단어에 꽂히게 되었는지는 올해 들어했던 저의 목표와 다짐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늘 인생 전반을 계획하고 해마다 목표를 설정하며 달성해 나가기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저뿐만이 아닌 많은 분들이 이런 삶을 살고 계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현대를 사는 사회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삶의 모습이니까요.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사회라는 프레임에 맞추어 살게 되지 않나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가 올해 세웠던 목표는 다름 아닌 '글쓰기'였거든요. 저는 원래 글쓰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책 읽기를 좋아해서였고요. 책 속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글쓰기와 낭만, 이 둘은 어떤 관계를 가졌길래 이렇게 덜컥 등장한 걸까요?


제가 다시 자판에 손을 얹기 시작했던 것은 회의감 아니면 으레 겪는 지루함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앞서 이 브런치북 발행글 중에 유치원 교사인데도 유아교육에 대해 쓰고 싶지 않다며 투정을 부렸던 것처럼요. 본래의 꿈을 좇아 낭만이 담긴 글을 쓰겠다며 공무원이라는 신분의 안정감을 빌미로 한낱 깡충거림에 지나지 않았을지도요. 신기하게도 글쓰기는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자꾸만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보이는 사물이나 겪는 상황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여다보도록 만들어요. 제가 볼 때, 낭만이라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아주 사소한 우리네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제 기준에 감탄사가 나오는 에세이들은 주로 이렇게 시작하거든요. '여름 햇볕이 눅눅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길가에 일렬로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라거나 '한 떨기 푸른 꽃은 바람에 일렁거려 꼭 잔잔한 파도와 같았다.' 혹은 '나도 모르게 멀어진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온 마음이 시큰거려 눈이 다 맵다.' 같은 문장들. 물론 여기에 적은 문장들은 모두 제가 쓴 문장입니다. 비슷하게 흉내를 내어본 것이지요. 제가 만약 에세이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러한 문장들을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에세이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것들을 곱게 빚어 문장으로 또 책으로 푹푹 쪄낸 것 같았습니다. 실은 저의 주변에도 있었고, 누군가가 전해왔던 말이기도 했으니까요. 이렇듯 에세이란 꼭 둘둘 말은 시 한 편을 좌라락 펼쳐서 써 놓은 것만 같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주고 있죠.


초보 작가일 뿐인, 아니 작가라기에도 부끄러운, 그냥 '취미로 쓰는' 제가 교사라는 본업을 가지고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을 보고 "그게 낭만이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힘이 납니다. 저를 보고 낭만이라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생각해 보면 낭만이라는 게 별 게 아니랍니다. 저마다 이 시대에 하루 살고 또 하루 숨 내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 이 자체가 낭만 아니겠어요. 알고 보면 모든 삶이 낭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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