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동네 고양이들과의 따뜻한 공존 이야기

출연 / 우리 동네 고양이

by 하얀 연


오늘, 저희 직장 상사가 제 방으로 급히 달려왔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그 모습에

뭔가 큰일이 생긴 줄 알고 순간적으로 긴장이 확 돌았습니다.


하얀 연이님, 지금 일층에... 일층에...!


상사는 숨이 차서 말을 잇지 못하고, 문장을 마저 끝내지 못했어요.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 물었습니다.


– 일층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상사는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숨을 고르고 나서야 드디어 이렇게 말했죠.


– 지금 일층에 고양이가 감자를 심고 있어요!!!


저희 사무실 1층은 억울이의 전용 감자밭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고,

저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직장 내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가끔 제 이름을 잘 기억 못하시는 분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 분이라고 부를 정도죠.

그래서 고양이가 나타나는 날에는 이렇게 보고를 받곤 합니다.


– 아, 그 고양이는 아마 억울이일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저는 억울이 사진을 상사에게 보여줬습니다.

억울이를 몇 번 만났던 상사는 그 고양이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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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 아이는 알지요. 이 아이가 감자를 키우던 아이니까요!

그런데 방금 본 아이는 다른 아이 같아서 놀란 거죠!


억울이의 감자밭에 도대체 누가 또 감자를 심는다는 걸까?

상사는 단서들을 하나하나 말해주었습니다.


– 체구가 작아서 아깽이 같았고... 눈꼬리가 내려가서 뭔가 슬퍼 보였고...

아! 그리고 수염이 있어요!


마지막 한마디 하며 손으로 윗수염을 그리는 제스처를 취하더군요.

그때, 저도 확신이 들었습니다.


엄마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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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냥이가 가장 밝은 시간대에 볼 일을 보러 나오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 시간이면 루루네도 아마 깨어 있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오늘은 잠시 일터를 벗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로우즈 캣 슈레드 캔 몇 개와 물, 그리고 접시를 챙겨서 나갔습니다.


-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봉사자들이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고양이들을 돌보는 줄 알았었어요. 그래서 점심시간마다 집집마다 다니며 누가 어떤 고양이를 돌보는지 파악하고, 그분들에게 주식캔을 선물하곤 했었죠. 남은 캔은 제 냉동 보관함에 잘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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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돌아보니

루루네 쉼터에서 고양이들이 햇살을 만끽하며 한가롭게 쉬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웃으며 저에게 말했죠.


- 한 시간 전에 부자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한 마리당 줬고,

물도 한 그릇이나 다 마셨어요.


부자 아저씨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그 덕에 루루가 낮 시간대에 여기서 쉬는 이유를 알게 되었죠.

그동안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습니다.


- 아이들이 매일 여기서 간식을 먹나요?


- 두 까망이는 이곳에서 가끔 간식만 챙겨줍니다.

밥은 급식소에서 잘 먹고 다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두 달 전쯤부터 저 아이가 같이 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간식을 주지 않는 날에도 여기서 쉴 때가 많아요.


그렇게 엄마냥이를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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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루나, 그리고 이제 함께 어울리는 엄마냥이.

이 셋은 주로 쉼터에서 간식을 먹고 나면 그늘에 누워 쉬는 편입니다.

루루루나는 급식소에서 밥을 먹는 걸 봤기 때문에, 간식은 따로 먹고, 밥은 급식소에서 먹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간식이 안 주어지면, 골목을 돌아 귤이밤이를 챙겨주는 분에게 가서 간식을 얻어오는 일도 있답니다. 이 장면도 저는 여러 번 목격했어요.


엄마냥이루루루나를 따라다니며 그들이 얻은 간식을 나눠 먹습니다.

루나엄마냥이에게 양보하고, 엄마냥이가 다 먹은 뒤에 남은 간식을 먹는 편이죠.

반면, 루루에게는 양보란 없습니다. 사실 루루가 이 둘보다 좀 더 통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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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셋 모두 간식을 적게 먹은 날이었습니다.

먹을 것에 늘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엄마냥이에게 스틱 간식을 주었는데, 갑자기 루루가 그걸 뺏어갔습니다. 결국 루루에게 습식캔 한 숟가락만 푼 접시를 주고, 그 사이 엄마냥이에게 나머지를 주었죠.


입맛이 없어서 걱정이었었던 루나도 캔을 열자 관심을 보였고, 더 친한 루루의 접시에서 조금 먹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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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도 모든 아이들이 잘 먹고 다녀서 참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이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순간들이, 제게는 큰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저는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두 번이나 귤이밤이를 만났습니다. 출근할 땐 느티나무 아래에서 서로 꼭 붙어 쉬고 있었고, 퇴근할 때는 반대편 큰 나무 아래에서 또다시 서로 붙어 쉬고 있더군요. 이 두 친구는 언제나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고 다행스러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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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길에서 보내는 고양이들의 삶은 정말 힘들겠지만,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서로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요?

귤이에게는 밤이가, 밤이에게는 귤이가 있어주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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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오늘은 줄 간식은 없었지만, 사실 이 둘은 급식소에서 잘 먹고,

또 그들이 살고 있는 집 인근 가게 사장님이 자주 간식을 챙겨주곤 합니다.




카오스 고양이를 보려고 익숙한 골목을 지나가는데, 카오스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대신 마고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플라스틱 컵에 가득 담긴 물을 건네주는 분이 계셨어요.


- 이 노란 아이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저를 찾아옵니다. 제가 차를 타고 올 때마다 꼭 뛰어오는 걸 보면, 아마도 차량 소리와 주차하는 위치로 저를 알아보는 것 같아요. 저를 찾아오면 밥과 물을 챙겨주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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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짠한 노랑이와 함께 다니곤 합니다. 그런데 가끔 짠한 노랑이는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한참을 쉬기도 하죠. 그때 마고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예상치 못한 골목 뒤쪽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도 여러 번 보였답니다. 챙겨주시는 분은 젊은 남성분이시고, 마고가 그분에겐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참 친근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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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짠한 노랑이마고는 함께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급식소에서 좀 떨어진 곳이에요. 그런데 왜 이 아이들이 급식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터를 잡았을까 궁금했는데, 짠한 노랑이는 나름의 담 넘기 실력을 통해 급식소로 가는 지름길을 알고 있어서 집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고, 대장인 듯 아닌 듯 동네를 돌아다니는 루루와 마주치지 않으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짠한 노랑이마고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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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집 근처에도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져 있습니다. 그들의 집 옆 매장 사장님은 출근하실 때마다 물을 챙겨주시고, 가끔은 간식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손길들이 이 고양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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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랑받는 아이들 중에는 주차장 고양이들도 있습니다. 그들만을 특별히 돌봐주시는 분이 계시죠. 아프면 약을 밥에 섞어서 주시고, 비가 오면 지붕이 있는 집을 마련해주시는, 참 좋은 분이에요.


그럴 때마다, 이 모든 고양이들이 잘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마주치기 쉽지 않은 카오스 고양이도, 어딘가에서 안전한 자리를 찾았기를 바랍니다. 비를 피할 곳이 있다면 좋겠죠. 그나마 뱃살이 통통하고 급식소 위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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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더 눈에 띄는 억울이도 있습니다. 억울이에게도 짝궁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혼자 있을까 봐, 다른 아이들보다 더 오래 보고, 더 챙겨주게 되더라고요. 모두가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 있을 때도, 억울이만 혼자서 놀고 있더군요. 억울이도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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