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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Feb 17. 2023

오늘의 택배소식

그날 예쁜 사람은 신부 한 명이면 되는 거야.


  

아침부터 우리 집 문 앞에 택배가 쌓여간다. 

사촌동생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도착했나 보다.

원피스하나 배를 가려줄 베스트조끼하나

머리핀도 하나 보정속옷하나.


기대반 걱정반 검은 원피스를 뜯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키 190에 몸무게 100은 돼야 입을 수 있을듯한 바지가 들어있었다.

와 놀랄만하게 컸다. 곧바로 판매자한테 문의 남기고 보정속옷을 뜯었다. 

아주 작은 네모난 바지. 입을 수 있을까? 

난 용기를 내어 작은 네모에 들어갔다. 숨을 한번 들이쉬고 흡! 영차.

입었다. 아니 입었는데 변신을 안 했다. 뭐야 튀어나온 배가 그대로다. 

상품설명엔 감춰진다며.. 그냥 배까지 올라온 팬티를 입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말이 떠올랐다. "한계 초과"

그래그래 보정속옷이 포기하겠다면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그 어떤 똥배도 가려줄 수 있는 울트라 쉐도우 똥배커버 조끼. (사실 그냥 조끼일 뿐이란 것을 금방 알게 됨)

  

흰색 앙고라털 조끼라면 뭔가 고급져 보이면서 똥배를 가려주리라 생각했으나 오 마이 갓!

살찐 흰 토끼 같다!

이를 어찌 수습할지 걱정도 하기 전에 전화가 왔다. 

그 원피스와 바지가 바뀌어 온 것도 황당한데 그 원피스 재고가 없단다.

아니 재고가 없다고 아무거나 넣어서 보내면 어떡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말없이  환불했다. 옷을 다시 구해야 한다. 


마지막택배에서  꺼낸 꽃집게 머리핀을 머리에 꽂고 그냥 웃었다. 

탈모가 더더 심해지고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나 보다.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무슨 옷을 입고 가는지 똥배가 얼마큼 나왔는지 아무도 관심 없을 텐데 말이다. 


오늘의 결론 결혼식엔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만 가져가자.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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