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화 몽롱한 기억(2)

by 동상

의사는 아픈 나에 대해 흑막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오른쪽에 문제가 있는데 마취하는 김에 왼쪽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같이 수술하는 게 어떠세요?" 평소 여흑막이 남흑막에게 지시를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흑막은 남흑막을 가만히 지켜보며 있었고 남흑막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래 고심을 하던 남흑막이 말했다. "아닙니다. 오른쪽만 하겠습니다. 되도록 아기의 몸에 손을 대고 싶지 않군요."


의사와 흑막들이 나에게 의견도 묻지 않고 무언가를 결정하고선 나를 으쓱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내가 아픔과 피곤함에 무기력하게 축 쳐져 있을 때 기습적으로 내 얼굴에 투명한 무언가를 씌웠다. 잠시 방심했던 내가 당혹스러워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그 무언가에서 무섭고 의심스러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아픈 나는 이때도 비몽사몽한 상태였지만 내 얼굴 앞의 연기를 어쩔 수 없이 들이마신 뒤로 의식이 사라진 듯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난 어느새 잠에서 깨어 정신이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어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먼저 내 몸에 무슨 짓을 하지나 않았는지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아팠던 배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내가 잠에 빠져 들었을 때 어떤 조치를 한듯했다. 하지만 정신은 더 몽롱했고 몸은 물에 젖은 듯 무거웠다.


그 무게만큼 무거운 눈꺼풀을 난 상황을 파악하고자 힘겹게 밀어 올렸다.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눈을 떴을 땐 흑막들이 안쓰럽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흑막은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남흑막은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방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의사가 들어와 내 배 밑을 살펴보고는 흑막들에게 말했다. "수술은 잘 됐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흑막들은 그런 의사에게 고마운 듯 크게 인사했다. 그런 후에 나를 천천히 안아 들고는 아빠차를 타고 병원보다는 훨씬 좋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난 돌아가면 중 어처구니없게도 흑막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흑막들이 나를 보호해 주는 건가?' 저 사악하고 거대한 흑막들을 나를 위한 선량하고 거대한 보호막이라 생각하다니 그때 내가 많이 아프고 피곤해서 정신이 이상해졌나 보다. 이상하고 기이했던 과거는 뒤로 하고 오늘도 난 흑막들에게 저항하고 있다. "응애 응애"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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