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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근 Sep 12. 2021

세상 모든 토토들의 마음

제 목 : 창가의 토토

원 제 : 窓ぎわのトットちゃん

지은이 : 구로야나기 테츠코

그린이 : 이와사키 치히로

옮긴이 : 김난주

출판사 : 프로메테우스

출간일 : 2000년 6월 1일 (원서 1981년) - 개정판 나옴

사 양 : 240쪽 / 152ⅹ222mm



여기, 아주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단발머리에 한쪽에는 알록달록한 머리끈을 묶고 있지만, 여기저기 뛰어다녔는지 머리카락은 좀 헝클어져 있네요. 지그시 바라봐 주는 두 눈은 하루 종일 마주 보고 싶고, 살짝 달아오른 두 뺨은 당장에라도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조그맣게 매달려 있는 코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웃음을 살포시 머금은 입술은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를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 진짜 이름은 ‘테츠코’이지만 스스로는 굳게 믿고 있는 ─ ‘토토’입니다.


토토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그 누가 미소 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토토가 학교에서 가까운 절로 산책을 갔을 때입니다. 그곳엔 별똥별이 떨어진다는 전설의 우물이 있어서 토토와 친구 삿코는 설레는 맘으로 우물을 덮고 있는 나무 뚜껑을 들춰 보았죠. 하지만 우물 안은 컴컴할 뿐 반짝이는 별은 (당연히)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때 토토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별님이 지금 자고 있는 거 아닐까!”
삿코는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말했다.
“별님도 잠을 자!?”
토토는 자신이 없어서 빠른 말투로 말했다.
“별님은 있지, 낮에는 자고 밤에 일어나서 빛나는 게 아닐까….” (49쪽)


이번엔 토토가 다니는 학교에 새로운 전철이 올 때 ─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학교는 못 쓰는 전철 칸을 가져다 교실로 쓰기 때문이죠 ─ 의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토토를 비롯한 어린 학생들은 전철이 어떻게 학교까지 올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토토도 나름대로 최선의 생각을 짜 냈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당장에라도 토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싶었습니다.


“선로를 학교까지 쭈욱 놓는 거 아닐까?”
곧 누군가가 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긴, 지금 전철이 있는 데서부터지….”
토토는 말하면서도 (역시 좋은 의견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66쪽)


앞선 두 이야기는 토토가 보여 주는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한 시선으로 우릴 웃음 짓게 만들지만, 다음 이야기는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토토의 시선이 우릴 미소 짓게 만듭니다. 어느 날 토토는 학교 가는 지하철 안에서 한 무리의 또래 아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말소리는 내지 않은 채 다양한 방식으로 손짓을 놀리고 있었죠. 어른이라면 그들의 이유를 눈치채고는 그들이 직면해야 할 미래를 걱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토토처럼 그들의 손짓과 눈짓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어른은 몇 명이나 될까요?


토토가 아직 이 세상에 청각 장애인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
단지 토토는 눈을 반짝이며 상대방의 손짓을 열심히 좇고 있는 아이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는 친구하고 싶다고,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135쪽)  


토토의 웃음 무용담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쏟아지는, 천진난만하면서도 또 대견스럽기도 한 토토의 모습에 마음이 흐뭇하고 뜨뜻해지죠. (이 글을 쓰고 있자니 토토가 마치 제 딸인 것처럼 자랑하고 있네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사랑스럽고 귀여운 토토였습니다. 성인의 몸과 마음으로 삶을 시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순백의 조그만 아기로 시작했고, 토토와 같은 어린아이 시절을 반드시 겪고 나서야 지금의 우리 모습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토토들을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건,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우리 모두가 그 시절을 겪어 왔기 때문이겠죠. 동심(童心)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마음입니다.


이 책의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 극으로 치닫던 1940년대 초반입니다. 인간이 초래한 최악의 비극적 시대에 토토는 살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이 세상은 본질적으로 비극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직감적으로 울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아이는 웃음 또한 몸과 마음에 안고 태어납니다. 우리가 세상 모든 것들에 웃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마음속에 토토가 건강히 자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웃고 사랑하는 데 무뎌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음속 토토가 열이 나고 아프기 때문일 거예요. 오늘, 『창가의 토토』를 읽으며 마음의 창 너머로 토토를 만나러 가 보는  어떨까요?


세상 여기저기서 이제 막 무섭고 두려운 일이 시작되고 있었건만….
그러나 이 조그만 밭을 화제삼아 진지하게 얘기 나누는 아이들은, 고맙게도 아직은 평화로움 그 자체 속에 있었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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