걘 군대에 갔고, 휴가를 나온 날 우린 만났다. 맛있는 걸 먹고 놀다가 1호선을 기다리기 위해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그는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 물었다. 날 지켜보고, 흔적을 뒤쫓고, (위병소에서 근무하던 날) 생각이 나는 사람이 나였다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몰랐던 게 아니었다.
다만, 어린 나는 그 감정을 마주하기 두려웠다. 누가 날 좋아하고, 나 또한 그가 좋은데 바보 같게도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하기가 무척 어려운 걸 알지만, 그때는 모를 일이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혔다.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은 지나갔다. 그는 거절당했단 것에 마음이 아팠을 것이고, 나 또한 이 감정이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그는 제대를 했고 제대를 했을 즈음엔 난 고학년이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난 여전히 타인이 내게 갖는 감정을 테스트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가 토로하듯 쓴 개인공간에 '그녀는 내가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걸 비난한다'라고 쓴 글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그녀는 걜 바꾸려고 하는구나'였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걘 누구를 만나고 있었고, 걔한테 지금에 와서야 내 마음이 널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한들 늦은 거 같았다. 그를 잊으려고 누군가를 만나도,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은 사람을 소모시켰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이 진심인지를 늘 의심했고, 내가 의심하니 상대방도 날 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