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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건 스터디에서였다. 카페에서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으니 헐레벌떡 뛰어왔다. 난 굉장히 안정되어 있었지만 그는 굉장히 긴박해 보였다. 이미 만날 약속을 잡는 때부터 이 사람의 나에 대한 호감을 알고 있었다. 당시 프로필을 내 사진으로 해놓았는데, '다른 분들보다 오래 보겠네요' 라는 말 한마디로 알 수 있었다.
결혼하지 않았을거란 느낌이 왔다. 그냥 그건 느낌인거다.
나는 궁금한게 없는데 계속해서 '궁금한건 없냐'고 물었다. 없다고 말했더니 계속해서 질문할게 없냐고 했다. 그 급한 태도가 그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코웃음이 나왔다. 나보다 급한 상대가 나오면 난 더 여유로워 질 수 있었다. 그는 대체로 급한 것 같았다. 왼쪽 손에는 반지가 없었다.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우산을 구해서 내게 주고 본인은 비를 맞고 앞장서 걸었다.
그는 항상 안절부절 했다. 다그치듯이 하는 대화 태도도, 질책하는 태도로 상대방이 잘못한것 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도, 그의 성마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그래서 다 그를 욕했지만, 나는 왠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부富에 대한 갈망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