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 2주 뒤에 연락했다. 난 한국이 싫어서 자주 황급히 떠나곤 했다. 어디든 상관없었다. 한국어가 들리지 않고 한국인이 없는 곳이면 됐다. 그래서 국내여행보단 해외를 즐겼다. 이방인으로 살면서, 혹여 누가 영어로 말을 걸어와도 못하는 척하는 건 내 오래된 습관이었다.
-그때 만들어준 컵 어디서 만든 거야? 외국 친구가 온다고 해서.
어느 날 세어보니 내 곁의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만하기에 top5에게 사진을 넣어 만들어준 제작컵이었다.
사이트정도 찾으려면 그가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컵을 빌미로 연락했단 걸 알 수 있었다.
- 어제 시부야에서 양카보니까 윤 생각나더라. 도쿄 특산물 셀린느 사다드림합니다
그는 비니를 보내오며 있으면 사다 달라고 했다. 셀린 매장에 도착해서 물건을 보는데 살까 보낸 톡에 답을 하지 않았다. 봤는데 안 본 척하는 거지. 톡 보내면 1분 안에 확인하는 애였으니까. 직원에게 미안하다 하고 한 시간 뒤에 답이 왔다.
- 사다 줘
하지만 이미 매장을 나온 뒤였다.
그는 얼마 전 톡을 보내왔다
- 그때 부탁하려던 거 샀다
대행으로 샀다고 했다. 그는 -맛있는 거 먹자. 와
라고 했지만 '왜 항상 오라고 하는 거야? 보고 싶음 네가 오면 되잖아'
혹은 '왜?'
라고 묻고 싶은 걸 참으며 '다이어트 끝났어?'라고 했다.
그는 살찐걸 신경 쓰지 않는다 했지만 나의 말로 인해 그가 말을 돌리는 걸 보며 '스트레스구나..'라고 생각했다.
'밥 먹고 올게'라고 그는 말했지만 그렇게 말하고선 오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피곤하다. 그도 피곤하겠지. 하지만 외로울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도 이젠 많지 않다는 걸 그도 나도 안다.
그에게 헌신적이겠다고 생각하지만, 16km의 거리는 말 그대로 30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어느 순간은 달려가고 싶지만 어느 순간은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