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삭제함으로써 그전까지 즐겨보던 나는 솔로를 안 보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타인의 연애를 훔쳐보거나 대리만족하는 게 피곤해진 탓이다. 그들이 사랑을 하건 말건 그건 내 삶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방송에 출연한 이는 반인플루언서가 되어 물건을 팔고 가게를 홍보했지만 난 그런 정보들을 피곤해한다는 걸 지난 세월 간 배웠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뭘 입고 뭘 타는지 더이상 알고싶지 않다.
인스타도 초기계정을 그대로 놔뒀다면 꽤나 구독자가 있었을 것이다. 거의 초기에 만든 계정은 지금은 인플루언서가 된 친구와 만든 시기가 비슷했다. 하지만 팔이피플이나 과시하는 걸 보면 느껴지는 피로함은 감시용 계정도 없애게 만들었다.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살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는 걸 지난 시간동안 배웠다.
처음에는 도파민중독에서 헤어 나오자 허전함이 들었지만 이제는 나름 익숙해져서 보다 긴 호흡의 글이나 영화를 보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 어쩌면 인스타에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남발하는 하트도 브런치에서도 동일해서, 애써 그런 걸 하지 않으니 무소의 뿔처럼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남은 인생을 남의 인생에 관심 갖지 않고 내 인생에 집중하면서 더 힘 빼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
회사에서도 동일하다. 블라인드를 탈퇴하고 가십에서 멀어지다 보니 재미는 없을지언정 평화는 얻었다. 어차피 회사를 떠나면 다시 안 볼 사람들의 소문을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처음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어떤 직원과의 약속을 그가 당일파투한 걸 경험하고 난 이후로부터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가 날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대칭성을 배웠다. 그리고 회사관계의 피상성을 점차 배우게 되면서 타인에게 관심 갖기엔 너무 시간이 아깝고 그 시간을 내게 돌리는데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