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마다 등산을 한다. 어릴 땐 교과과정에 포함된 체육시간이 있어 억지로라도 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자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복싱부터 필라테스, 골프, 달리기, 탁구, 테니스 등 참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 중 계속하게 된 것은 없었다.
그러다 회사가 이전을 하게 되었고 마침 옆에는 산이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슬금슬금 올라가볼까 생각해 가게 된 것이었다. 마침 산이 높지 않았고 설렁설렁 올라가도 되는 산책코스가 있어 가게 된게 거의 1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산에 가고 나서부터 충격적이었던건 고라니를 본 것이었다. 어느날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느날과 다름 없이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스피커를 크게 틀고 다니지도 않고, 누구랑 대화하며 걷는 것도 아니라 사부작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라니가 나타나 날 보고 있었다. 고라니의 눈은 비취처럼 빛나고 있었고 코는 촉촉했다. 배가 고팠던 것일까, 3초간 바라보다 떠났다. 고라니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한번은 '딱 딱 딱' 규칙적인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치고 있었다. 그렇게 충격을 계속 가하면 머리가 아플거 같은데 규칙적으로 계속 나무를 강타했다. 생각해보면 딱따구리를 '딱따구리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있다'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 새가 빨강과 흰색이 섞인 검은 새라는 건 직접 보고 나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를 치는 것도 나무 속의 애벌레를 먹기 위해서라는 생존의 이유였단 것도 나무위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포켓몬 잡기 지우처럼 동물 관찰을 본의 아니게 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일이 꽤나 즐겁다. '내일은 또 어떤 동물을 눈에 담게 될까?'(고라니 봤을때 핸드폰이 없어서 아쉽다. 사진은 물까친데 성격이 깡패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