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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라진 점

by 강아

써야 할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건 더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온전히 편치는 않다. 그래도 끝냈다는 기념으로 치킨 반마리 시켜 먹으니 일요일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번주말에는 어느 곳에도 가지 않았다. 예전에는 밖순이였다면 요샌 칩거 수준에 가까운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엔 영화관까지 가서 봐야 했던 것을 집에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본 영화는 택시드라이버였다. 하루에 2편의 영화는 좀 많고 1편이 적당한 것 같다. 내용은 택시드라이버가 자신의 신분에 좋아하던 사람이 생겨서 데이트했는데 그로썬 최선이었던 포르노영화관을 갔다가 차단당하고 분노하여 영웅이 될 기회를 노리다가 갱단을 처리하여 그 여자와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이 줄거리가 끝이라서 그다지 느낀 바는 없었다. 그나마 여주인공 착하네 정도? 택시기사인데 만날 여자가 대한민국엔 있을까. 이미 계급사회인데.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겪는 고초를 떠올리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나는 20대 때 외노자들이 많이 살던 동네에서 자취를 한 적이 있었다. 딱히 거기서 살려고 했던 건 아니고 회사 근처 방을 찾다 보니 회사랑 가까운 곳은 직원들이 너무 많이 살아 편의점 갈 때마다 부딪히는 게 너무 불편할 것 같았고 그래서 좀 떨어진 델 찾으니 그곳이었던 것이다. 당시 모아두었던 목돈으로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입주했으나 한 번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가 배달원이 마음이 든다고 문자가 왔다.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신분이 그래서였나? 그냥 그 사람은 내가 만만했던 거다. 혼자 사는 20대의 여자가 부유하지 않은 동네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음식을 받는 게 자기가 들이대도 될 것 같았던 것이다. 내가 어디 신고도 못할걸 알았겠지. 내가 경찰에 신고해도 그들은 '뭐 이런 일로'라는 표정을 지었을게 눈에 훤하다. 그리고 그런 건 '여자가 처신을 잘해야지'란 말로 무마되곤 한다. 길거리에서 무작정 들이대며 번호를 달라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거절했더니 들려온 대답은? '꺼져 시발년아 별 같잖은 게' 나는 그 발언에서 여성혐오를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힘들게 살바엔 비혼을 택하고 남자는 결혼하지 못하면 도태남이 되는 세태가 한탄스럽다.


이번 주말은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한때는 외로움에 진절머리 나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시기를 지나오자 이젠 외로움이란 감정을 즐기게 된 수준까지 온 것 같다. 심지어 외로워서 감사하고 이젠 외로움이 이용해야 할 대상이란 것 외에 다른 건 모르겠다. 젊은 날의 나는 왜 나와 친해지지 않고 타인을 만나서 긁혔을까 모를 일이다. 리셋해서 태어난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 앞으로부터 안 그러면 된다고 위안했다.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채 살라면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막상 밴드 연습 나가서는 잘 지내다 온다. 예전에는 나와의 시간도, 타인과의 시간도 잘 지내지 못했다면 요샌 둘 다 잘 지내는 게 과거의 나와 달라진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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