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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어, 손주 결혼식

by 강아

정신이 온전할 때에 명절 할머니 집에 가면 가장 질문받고 싶지 않을 것인데도 묻는 것이 있었다. '결혼 안 하냐'는 것이었다. 집안 어른들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 한다'라고 단칼에 말하는 나였고 할머니에게도 어김은 없었다.


'왜 안 해'

'혼자 살 거야'

라고 입이 비죽 나와서 말했지만 할머니는 첫 손주가 그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와 함께 여생을 함께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란 것도 모르지 않았다. 내 안에는 그런 할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감물처럼 남아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친척동생이 결혼 소식을 알려왔다. 그녀는 캠퍼스 커플로 만나 CC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고 했고 소식을 알려온 것이었다. 내가 이뤄주지 못하는 할머니의 소원을 동생이 대신해주어 고맙단 생각도 했다. 할머니는 결혼식을 가고 싶어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모시고 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거의 누워서 지내는 할머니를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도 문제였고 정작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숙모가 신부 측 부모로 참석하는 것이기에 케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혼식 전날까지도 그런 할머니의 바람으로 큰 이모가 이동을 담당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삼촌은 안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도 누구보다 할머니가 손주 결혼식에 참석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과 희망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어서 하고 싶단 마음만으로는 그렇지 못할 현실적인 이유가 눈에 밟히는 것이었다.




결혼식 당일에 본 신부는 눈부시었다. 원래도 이쁜 동생이었지만 반짝반짝 빛난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아름다웠다. 노동에 지쳐있던 숙모도 '고상하다'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감탄사가 나왔다. 항상 고생하는 숙모에게 '예뻐요'라고 한마디라도 했어야 하는데 막상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항상 위트가 넘치고 유머러스한 삼촌은 주례사를 하는데 편지를 써왔다. 어쩌면 외가에 작가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들을 축복하는 말로 하여금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일 수가 있구나 느낄 정도로 놀라웠다. 어디 가든 당당하게 살라는 삼촌의 말은 내 아버지에게 듣고 싶던 말이었지만, 나는 항상 삼촌의 긍정적인 태도와 인생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과 그걸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행태로 삼촌에게 대신 배웠다.


할머니가 오셨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축사를 들으면서도 계속 할머니 생각이 났다. 과거의 것들에 얽혀 벗어나지 못하면서 병상에 누워있어 괴리감을 느낄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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