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외국대학 석사를 따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원래 피아노과를 가고 싶었는데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는 강박은 계속 날 괴롭혔다. 그래서 음악교육학으로 지원을 했고 뒤늦게 다시 피아노과로 바꾸면 안 되냐고 묻자 교수는 괜찮을 거야! 도전해 봐라고 친절하게 답변을 주었다.
그렇게 본 마이크로소프트팀즈를 통한 면접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봤다고 생각했다. 물론 마지막 시창에서 한국의 민속음악을 부르라는 것에 남행열차를 부르고 교수들의 황당한 표정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한 달 동안 벼락치기로 공부한 화성학 부분보단 청음 부분이 많았을뿐더러 아라비아숫자로 표기되는 코드 부분이 적게 나와서 기대를 좀 했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고 사람을 두 번 죽이는 듯이 처음에는 교수팀에서 거절 메일이, 나중에는 입학처에서 거절메일이 왔다.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좀 얼떨떨했다. 퇴사 계획을 신나게 세우고 있었는데 역시 도전의 끝에는 Fail이라는 결과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 꽤나 괜찮아졌는데 이유는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이 대학원을 가는 게 목적이 아니었고 음악을 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원은 떨어졌지만 음악은 한국에서도 계속할 수 있다.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부분도 음악이다. 최근엔 믹서를 샀고 스피커도 샀다. 헤드폰도 샀다. 예전에 공부를 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 스스로 의심을 품었던 적이 있는데 이젠 공부는 그만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때 그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몇 안되게 생긴 팬은 내게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혹여 실수하더라도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는 팬,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팬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더욱 당당해질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일요일밤이면 디프레스 되어있는 게 디폴트였는데, 요샌 이 음악적 열정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물론 대부분은 연습이다-쉬는 시간만 생기면 연습실에 간다. 회사 점심시간에 사람들과 같이 밥 먹지 않고 연주를 하러 가는 기쁨은 삶을 꽤나 충만하게 해 준다.
최근에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삶은 그럴때 행복이란 감정을 가져다 주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