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광휘
<사피엔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마주한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일 것이다.
이렇게 책을 끝내며 신이 되려는 인간 '호모 데우스'의 등장을 예언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사피엔스> 후속작으로 호모 데우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호모 데우스>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3.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도 유발 하라리답게 와닿지 않을 법한 정보를 굉장히 그럴듯하게 풀어내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피엔스>에서 느꼈던 전율을 또 한 번 느끼게 될 것이다.
인류의 성취
<사피엔스>에서 살펴보았듯 기근, 역병, 전쟁은 인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것들은 통제 불가능한 천재지변으로, 이것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기근으로 국민의 1/3이 죽는 경우도 허다했고, 역병은 잊을만하면 들이닥쳤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기도가 고작이었다. 전쟁은 빈번했으며 전쟁이 일상이었고 평화가 일시적인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기근으로 굶어 죽는 사람보다 비만과 당뇨병으로 죽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다. 전염병, 전쟁으로 죽는 사람의 수를 합친 것보다도 비만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책에서는 '화약보다 설탕이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최근 벌어진 대기근은 천재지변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가 빚은 인재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전쟁은 핵의 등장과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통계를 볼 때 정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기근, 역병, 전쟁을 인류는 과학으로 극복했다.
여전히 굶주리는 이들이 있고, 코로나 펜더믹이나 에볼라처럼 역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이라는 점을 들며 이 주장에 반박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라리는 역사는 연속적인 흐름이며 하나의 의제가 완벽히 끝나고 새로운 의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현재는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과거의 성취를 인정행야 미래를 연구할 동기와 책임감이 부여된다고 말하며 하라리는 과학의 업적을 높이 산다.
인류의 목표
역사는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의 의제가 해결되면 새로운 의제가 떠오른다. 헤엄을 멈추면 죽는 참치처럼 인류는 경제 성장을 멈추면 붕괴한다. 따라서 인류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궁극의 목표로 유발 하라리가 꼽은 것은 '불멸, 행복, 신성'이다.
종교는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과학은 죽음을 기술적 결함으로 바라본다. 죽음을 기근과 질병 문제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정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불멸에 대한 우리의 탐구 의지를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인간의 생명이 신성하다는 우리의 믿음을 고려하고, 여기에 기성 과학계의 역학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필요를 더하면 죽음과의 인정사정없는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개인의 문제로 다뤘지만 현대는 집단적 과제로 간주한다. 국가는 경제 성장을 위해 개인의 행복 추구를 허락했다. 국가가 행복 추구를 인정했다는 것을 행복을 제공했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행복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로 우리 곁을 맴돈다.
현대 과학이 찾은 해결은 인간의 생화학적 알고리즘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쾌감이 호르몬 작용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약물을 통해 한시적으로만 존재하는 쾌감을 영원하게 만들 연구가 진행 중이다. 행복을 생화학적 알고리즘으로만 대한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지만 인류는 분명 행복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불멸과 행복을 달성한 인류는 인간을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은 '신성'을 추구할 것이다. 하라리는 신이 되려는 인간의 상태를 3가지로 내다봤다. 유전자 편집으로 새롭게 태어난 초인간, 나노로봇을 장착한 사이보그, 비유기적 알고리즘이 그것이다. 이 중 비유기적 알고리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넥서스>에서 이어진다.
인간과 가축
'인간은 동물에 비교하면 오래전에 신이 되었다.'라고 책은 말한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독보적인 개체 수를 보이고,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행성은 멸종은 일으켜도 자연법칙을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류는 자연선택을 지적 설계로 대체하려 한다.
<사피엔스>에서 농업 계약에 대하여 살펴봤다. 간략히 소개하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애니미즘 사고에서 벗어나 동물을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간은 가축과 달리 고귀하고, 가축을 함부로 대해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최근 들어 가축을 감정을 지닌 존재로 측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초인간에게 지배당할 사피엔스의 불안이 작용했다고 하라리는 주장한다. 초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예상하기 위해 인간과 가축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한 동안 가축을 감수성이 없는 생명체로 대했다. 근대 초기 의술을 연구하기 위해 마취없이 동물의 배를 가르는 일은 흔했다. 동물은 감정도 지능도 없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은 동물도 감응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추세다.
동물과 인간은 같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을 지녔다는 데 학자들이 동의한다. 이에 따라 우리가 감각, 감정, 생각을 지녔듯이 동물도 지녔을 것으로 추측한다. 감각, 감정, 생각은 주관적 현실이라 존재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를 '다른 마음의 문제'라고 부른다. 내가 감각, 감정, 생각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남도 그런 지 확인할 길이 없다. 동물에게서 인간과 유사한 생화학적 알고리즘(호르몬과 신경계의 작용)이 나타나기에 마음을 지녔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것은 영혼의 여부도, 마음의 여부도 아니다. 유연히 협력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를 정복하다.
대자연을 마주하면 나란 존재는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 자연에 경외감을 느끼고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감히 자연을 정복했는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가감없이 현실을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대규모 협력으로 지구를 정복했다. 불가능하게 느껴지던 기근, 역병, 전쟁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자연법칙까지 변화시킬 생각이다. 이런 행태는 정복자가 아니라면 보일 수 없다. 정복자로 우뚝 섰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다음 장에서는 신을 몰아낸 인류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질서를 부여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인류가 선택한 질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