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생산과정에 관한 이야기
입맛도 나이를 먹는지 전엔 있어도 안 먹었던 ‘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석화’, 돌에 핀 꽃이라고 불리는 이 귀한 식재료는 외국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다. 특히 유럽 사람들에게 굴은 정말 귀하고 맛있는 식재료다. ( 샤블리와 굴은 모두가 인정하는 마리아주라고 하던데..) 영양가, 맛, 스토리 등등 여러 이야기를 제쳐 놓고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우리가 먹는 굴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모든 해산물이 제철이 있듯이 굴도 제철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김장을 하는 10~12월 사이를 제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진짜 굴이 맛있을 때는 1월~2월이고 때에 따라 산지에서는 3~4월까지도 먹는다. 굴은 날이 추워지면서 살이 단단해지고 맛이 풍부해진다. 때문에 날이 가장 추울 늦겨울이 굴을 먹기 가장 좋은 때가 되는 것이다. 좋은 굴은 색이 하얗고 우유빛깔이 나며 어두운 색을 띠지 않는다.
굴은 크게 자연산과 양식으로 나눈다. 자연산에 비해 양식이 맛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양식과 자연산 굴은 완전히 쓰임새가 다르다. 양식굴은 ‘수하식’으로 굴을 양식하는데 단어 그대로 깊은 물아래에서 굴을 키우는 것이다. 깊은 물에 인공적으로 굴 종자를 넣는다. 비교적 일정한 수온과 풍부한 먹이로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며 생육조건이 좋아 알이 크고 번듯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나 통영, 거제, 고성 등 남해안에 우리나라 굴 산지가 집중된 이유도 비교적 잠잠한 물살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남해바다가 굴을 양식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굴 생산량의 70~80%가 양식굴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먹는 굴의 대부분이 수하식으로 키운 남해안 굴일 확률이 높다.
이제 자연산 굴에 대해 알아보자. 안타깝게도? 우리가 먹는 자연산 굴은 실제로 자연산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인공적인 종자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이 가리비와 같은 조개껍질 더미를 묶어서 갯벌 바다에 던져 굴을 생산한다. 다만 굴이 원래 갯벌 주변 돌에 붙어 성장하는 생물이기에 그 환경이 다르지 않다 하여 자연산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흔히 자연산이라고 생각하는 식재료들은 크기가 크고 번듯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굴은 예외이다. 자연산 굴은 크기가 3cm 이상 되기도 힘들다. 이유는 전에 말했듯이 가리비 덩이를 갯벌 바다에 던져 굴을 키우는 ‘투석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투석식으로 키운 굴은 비교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일정하지 않은 온도, 생식환경이 굴을 단단하고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키워진 굴은 알이 작지만 그 향과 맛은 더욱 강하다. 키우는 방법이 상당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려 사실상 많은 양의 굴을 생산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 하지만 그래도 그 맛만큼은 일품이다. 자연산 굴 즉 투석식으로 굴을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서해안이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갯벌의 형성이 좋은 서해안은 자연산 굴이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정리하자면 바다가 깊고 섬이 많아 물이 잔잔한 남해안의 굴은 수하식으로 양식된다. 수하식은 먹이와 수온이 일정하고 인공적으로 굴 종자를 넣어 키우므로 알이 크고 모양이 일정한 굴을 키우기 좋은 방법이다. 때문에 굴튀김, 굴 전 과같이 식감이 중요한 요리를 할 때에는 남해에서 나오는 양식굴을 추천한다. 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서해안의 환경조건은 가리비 꾸러미를 만들어 던지는 투석식으로 굴을 재배하기 좋다. 인공적으로 굴 종자를 넣지 않고 자연적으로 굴을 생산하기에 자연산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밀물과 썰물 급격히 변하는 온도 차이로 굴의 향과 맛이 편하게 자란 양식굴보다는 깊고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알이 작고 불규칙적이며 생산량 또한 많지 않아 사실상 구하기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굴 자체에 향과 맛이 진하기 때문에 가공과정이 많은 요리보단 회, 무침, 젓갈 등과 같이 단순한 조리법이 잘 어울린다.
다시 강조하자면 양식 굴, 자연산 굴은 사실상 쓰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어떤 용도로 굴을 사용하고 구매할 것인지에 따라 어떤 지역의 굴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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