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야기 1
인생은 협상의 연속 - 아이와의 협상
협상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대화의 기술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협상을 접하게 되며 어쩌면 죽을 때까지 협상과 함께 하나 그것이 협상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겠다.
우리 애가 아기였을 때 그토록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했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마트 카트에 앉아서 손에 닿는 자동차 장난감을 무지막지하게 카트에 던져 넣었던 이 녀석은 당시까지 만났던 그 어떤 협상 상대보다도 강한 녀석이었다. 협상에 감정이 개입되는 것이 최악인데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협상이니 어찌 내가 원하는 대로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
집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장난감이 100개가 넘어서고 나서야 애와의 협상에서 그나마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애에게는 또 하나의 자동차 장난감은 100개에서 101개째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아 그 가치가 떨어지나, 내게는 나의 한 달 예산을 일정 부분 갉아먹는 또 하나의 자동차 장난감은 기존의 100개 장난감 하나하나와 그 가치가 동일한 것이었다. 협상에서 가치에 대한 상대적인 인식차이는 협상력의 균형을 깨는 역할을 한다. 내게 있어 지켜야 하는 자동차 장난감 1개에 해당하는 예산의 가치는 애에게는 그저 그런 101개째의 자동차 장난감의 가치이기에 나는 지켜야만 하고 애는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 협상 항목인 셈이다.
나와 상대방의 협상 항목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파악하고 나면 그다음에 필요한 것은 설득의 기술일 듯하다.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101개째의 자동차보다도 더 소중한 것을 줄 수 있다면, 하지만 그것이 내게 있어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가치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설득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나의 협상 상대방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되며 우리 모두 협상을 통해서 윈윈 할 수 있게 된다.
아이에게 101개째의 장난감이 왜 가치가 없는 것인지를 설명하였다. "오만 원대 장난감은 오늘 절대 살 수 없고, 내가 사줄 수 있는 것은 저기 보이는 만 원짜리 장난감밖에 없다. 그래도 원하냐?" "내가 너라면 집에 장난감도 많은데 맛있는 젤리 사 먹겠다.", "오늘 참으면 돈 아껴서 다음에 더 좋은 거 사줄게" 등 애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오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설득의 노력 끝에, 결국 나는 아이에게 101개째의 장난감을 사주었더라면 써야 하는 몇만 원을 쓰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사줌으로써 천 원 이내로 내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협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협상을 직업 속에서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외교 협상을 전담하는 외교관, 금융 협상을 주로 하는 국제금융가, 정책 현안을 두고 마주 앉는 여야 정치인, 노사 협상을 하는 노동자와 자본가 등 우리 주변에는 협상을 업으로 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의 협상이야기에서는 필자가 약 2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업으로 했던 협상 에피소드,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일상 속에서 수없이 해왔던 협상 에피소드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협상의 원리를 보다 더 면밀하게 파악해 다음 협상을 위한 스스로의 가르침으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