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이 보고 싶어 지는 영화
He remains in my heart,
so I can't give it to anyone else.
내가 처음으로 만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작품이었다. 두 남자, 아니 세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펠리시의 우유부단함이 헛웃음이 나올 만큼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게 이해가 된다. 남자를 보는 기준은 오로지 5년 전에 뜨겁게 사랑했던 샤를을 따라 흐르고, 펠리시는 그 사람이라면 이리저리 재는 것 없이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그 사람의 성도 모르고, 그 사람이 갈 곳이 어떤 곳인지 몰라도 단지 '그 사람'이라는 이유로 따라갈 자신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 부럽지 않을 만큼 괜찮은 사람 말고, 내 상황과 딱 맞아 들어서 만나는 사람 말고. 서로를 위한 아까운 희생 따위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
누구는 유치하다고 할지라도, 영혼의 만남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들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맘이 향하는 대로 살아가는 게 곧 나답게 살아가는 법이자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나의 여름이 아쉬웠고,
나의 겨울이 그리워지는
그런 영화.
평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