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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Nov 27. 2023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악마꽃요정

파닥파닥.


글쓰기에 열중하던 우리에게 무언가가 달려들었다. 분명 바닥에 피어난 꽃이었던 것들이 날아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의 노트를 보기에 혈안이었다.


- “이게 뭐야? 이방인.”

- “처음 보는 글자야. 신기해! 예전에 본 글자랑 또 달라!”

- ”너 뭔데 적는 거야? 뭘 적고 있어? “


묘한 분위기에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 불편해 신경 쓰여 죽겠는데 입이 어디에 달렸는지 모를 외눈박이 꽃과 악마의 날개와 흡사한 이파리를 가진 꽃들이 잘도 파닥거리며 말했다.



- “얘네 뭐야?”


조금은 신경질난 우리의 목소리에 관리자는 꽃들을 향해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 “이 친구들은 이곳 데빌리를 지키는 꽃요정이야. 꽃인데 악마야. 음….. 아니다 꽃요정이라 했으니 요정이라고 해야 하나? 너희 이름이 정확히 뭐였지?”


오히려 되묻는 모습에 파닥거리는 꽃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외쳤다.


- “ 둘 다야! 이름이 악마꽃요정이라고!”


악마나 요정이나 라면서 관리자가 구시렁대자 악마꽃요정이라는 것들은 관리자의 몸에 박치기하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공격에 똑같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관리자 모습을 본 우리는 잠시 글 쓰는 걸 멈추기로 하고 노트를 접었다.


- “그만들 좀 해. 너흰 나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건 아니었어?”


우리 말에 악마꽃요정들이 날아왔다. 우리는 요정의 형태를 자세히 살폈다. 꽃은 검은색과 짙은 보라색이 섞여있는 듯했고 눈은 밝은 자수정처럼 빛이 났다. 악마의 날개로 보였던 이파리는 솜털이 있어 박쥐 날개 같기도 했다. 같은 악마꽃요정이라도 다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다. 비슷한 듯 달랐다. 어떤 악마꽃요정에게는 장미처럼 날개와 몸통에 가시가 나 있기도 했다. 데빌리*지역의 요정이라서 그런 걸까? 아님 이름대로 악마 같아서일까? 분위기는 생각한 것과 매우 흡사했다. 묘하게 빨려 들어가 잠수당할 것 같은 매혹적이고도 위험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정신 차리려 애썼다.


- “내 이름은 우리야. 너희 말대로 나는 이방인이자 탐험가인 것 같아. 여기에 오면 반짝이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해서 오게 되었어. 숲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달라. 그래서 많이 놀랐어. 지금도 놀라워. 너희도.”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관리자는 잽싸게 우리의 말을 앞질렀다.


- “아까 말했잖아. 이곳은 너의 현실과 닮은 디스토피아와 가장 가까운 곳. 그래서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고. 그러니 어둠, 어둠 하지. 매혹적이기도 하고.”


관리자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 수 없는 묘한 웃음기를 띄우고 있었다. 우리는 그 웃음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고양이 체셔 같다 생각했다.


- “그럼 난 이방인이라고 하니깐 앨리스인 건가?”


작게 혼잣말을 하는 우리를 보고 악마꽃요정들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 “앨리스? 나 그 이름 알아. 들은 적 있어! 거기 네가 사는 곳 이야기 주인공이지?”

- “우와, 네가 앨리스면 우린 이상한 나라 속에 사나 봐!”


열심히 날개 이파리로 파닥거리며 정신없게 떠드는 악마꽃요정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진짜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비슷한 것 같아. 너흰 빨간 하트 여왕의 경비카드 같아. 경비카드 알아? 아, 너희가 이상하단 건 아니야. 정말 멋져. 특히 눈이 말이야. 근데 왜 너희는 눈이 다 하나야?”


우리가 묻자 다 같이 한마음 한뜻처럼 말했다. 꽃에 눈이 두 개 달리면 더 이상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말을 듣고 보니 외눈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현실에서는 이게 분명 이상한 게 맞을 텐데 말이다. 원래 주제를 벗어나 산으로 가던 이야기는 금세 다시 돌아왔다.


- “원래는 내가 찾던 반짝임을 얻어 빨리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어. 근데 여기 너무 신기해! 이렇게 매력적이고 신비한 곳인지 몰랐어. 분명 이곳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세한 기록이 없었거든. 그래서 내가 해보려고. 보여주고 싶어. 그래서 이렇게 적고 있는 거야. 탐험 같잖아! 아니다. 이건 모험이니깐 난 이제 탐험가인 거잖아! 지금 너희 이야기나 모습도 적을 예정이야.”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악마꽃요정들이 말했다.


- “그래?! 그럼 이야기를 나눌 곳이 필요하겠어! 여기 데빌리와 몽글리아*사이에 아주 근사한 카페가 하나 있어. 거기로 다 같이 가자!”


관리자도 이곳에 왔으니 그곳은 꼭 가봐야 한다며 우리를 부추겼다. 호기심이 가득한 우리는 못 이기는 척 그들을 따라나섰다.



악마꽃요정은 성체가 15~22센티이며 간혹 거인병에 걸려 50센티까지 자라는 요정도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도 병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다. 무리를 지어 사는 게 특징이며 성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교배는 한단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줄기 같은 몸을 서로에게 베베 꼬으면 꽃잎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변하는데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마치 정신병이 올 듯 한 화려하고도 복잡한 그림작품 같기도 혹은 눈이 달린 하트 악마를 생각나게 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떠한 생명체 교배 모습을 보기 싫었지만 관리자의 말에 조금 궁금하긴 했다.

그들이 여기서 하는 일은 데빌리를 지키고 몽글리아에서 온 요정이나 동물들에게 장난치는 것이라고 했다. 가끔 여기로 와 정착한 요정들로 인해 새롭게 탄생한 생명을 지키고 가르치는 것도 자기들이라며 숲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우쭐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였다. 악마꽃요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을 때쯤 우리는 카페에 도착했다.


*데빌리- 현실과 가장 가까운 몽환숲 지역. 어두운 행운을 뜻한다.

*몽글리아- 몽환숲의 또 다른 지역. 악몽이 있으면 천국이 있는 법. 천국 같은 몽글하고 따사로움이 가득한 지역이다. 몽환의 영광이라는 뜻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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