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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Nov 14. 2023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안녕?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숲으로 추측되는 곳에 덩그러니 누워있다는 사실에 황급히 일어났다.


- “뭐야? 여긴 어디지? 여기에 왜 있지?”


갑자기 쏟아지는 두통에 우리는 지끈 거리는 이마를 붙잡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파악하려 애썼다. 한참을 둘러본 숲은 처음 보는 식물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이곳이 자신이 아는 숲과는 다르다는 점과 그토록 찾던 몽환숲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쁨을 만끽하던 찰나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원하는 곳에 온 것 같지만, 우리는 지금 혼자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보다 갑자기 혼자 모르는 곳에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 ‘오기는 왔는데, 어떻게 반짝임을 찾지? 주변엔 식물들 밖에 안 보이는데. 어쩌지? 길을 모르는데 그냥 막 가야 하나? 가다 보면 뭔가 나올까? 이러고 계속 있다 보면 어두워질 거야. 그게 더 무서워. 일단 움직이자.’


-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저기요!! 아…… 말하면 위험한 게 튀어나오려나?”


생각과 혼잣말을 반복하던 우리는 금세 조용해진 채 조심히 숲 속으로 들어갔다. 걷고 또 걸었다. 한참 걸은 숲은 걷기 시작했을 때와 같이 고요했다. 분명 숲인데 보이는 생명체라곤 식물뿐인 이 상황에 이곳이 몽환숲이 아니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커져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는 멈춰 서서 엉엉 울었다. 자신이 생각한 이상과는 너무 다르다 생각하면서.


- ‘영화나 소설에선 보면 바로 조력자나 친구를 만나던데, 나는 이게 뭐야. 신비한 곳 아니야? 그런 거면 나도 그렇게 되는 게 아니었아? 왜 나는 여기 혼자야? 너무 무서워. 몽환숲이 진짜 맞긴 한 거야? 나 이러다 모르는 생명체에게 잡혀 먹히거나 굶어 죽으면 어떻게 해……?’


두려움은 다양한 망상을 끊임없이 불러왔다. 두려움은 망상으로 망상은 다시 두려움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강력했을까. 누가 보면 뭐가 그렇게 서러울까 안쓰럽단 생각이 들 정도로 울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걸었다. 걷다 보니 저 멀리서 반딧불이 같은 빛과 그것들에게 둘려 싸인 생명체가 서 있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일단 사람 같아 보이는 생명체를 만났다는 사실에 우리는 기뻐 달려갔다. 반딧불이 같던 빛은 가까이서 보니 도깨비불에 더 가까웠다. 신기함은 잠시 일 뿐 드디어 만난 생명체에 우리는 그저 기뻤다. 숨찬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를 동시에 내며 눈이 퉁퉁 부은 웃긴 얼굴로 반가운 표정을 한껏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생명체는 우리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 “안녕?”


분명 처음 듣는 언어인데 우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자신이 찾던 곳에 제대로 왔음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 저는…….”

- “알아. 네가 우리지?”


서로 언어가 다른데 대화가 된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눈앞에 있는 처음 보는 자가 자신을 안다는 것에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시작되고 있음에 우리는 두근거렸다. 그것 또한 알았다는 듯이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 “기다렸어. 네가 깨어난 순간에 찾아갈까 고민했지만, 네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왜 울고 있는 거야?”

- “당연하잖아요. 전 여기 처음이고 모르는 곳에 혼자 있으면 얼마나 무서운 줄 아세요? 당신은 여기에서 중요한 사람인 거죠? 그래서 저를 아는 거죠? 왜 찾아올 수 있으면서 안 왔어요. 정말 무서웠다고요!”

- “너는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또 아는 듯이 원망하는구나.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너는 날 잘 찾아왔잖니. 너는 나아갔어.”


보자마자 원망하는 우리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듯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숲의 관리자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라고 밝혔다. 이곳에 오는 이방인을 맞이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며 이제 안내를 돕겠다는 관리자 말에 우리는 마음이 놓였다. 간단하게 몽환숲에 대하여 들은 우리는 막 시작된 여정임에도 신비로운 이곳에 대하여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사진 혹은 그림, 무엇이 되었든 기록을 하고 싶었으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현재 입고 있는 옷과 신고 있는 신발뿐이었다. 우리는 여기에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지 관리자에게 물었다. 관리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몸속에 손을 넣었다. 알 수 없는 검은 몸체에서 작은 수첩과 펜이 나왔고 우리 손에 쥐어졌다.


- “너는 여행자 같구나. 좋은 자세야. 그럼 우선 데빌리로 가볼까?”


앞장선 관리자 뒤에 서 있던 우리는 누군가와 있다는 든든한 마음에 아까 두려워 제대로 보지 못한 숲을 찬찬히 둘러보며 걸었다. 우리는 언제 그랬냐 듯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알 수 없는 희망감이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듯했다. 그 기분과 어울리게 걷는 내내 반딧불이 같은 도깨비불은 춤추는 듯 우리와 관리자 주변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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