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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Jul 19. 2023

내가 당뇨 환자라니


임신 중기에 들어서면 걱정하는 게 바로 임신성 당뇨다. 나도 가족력이 있고 평소 당화혈색소도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임당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한편으론 ‘설마 걸리겠어, 난 아니겠지’하는 마음도 있었다. 임신성 당뇨는 특별한 몇몇에게만, 운이 나쁜 사람들에게만 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나는 그런 불운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검사에서 수치가 높아 재검사 소견을 받았다. 재검 때는 양쪽 팔에 멍이 들어가면서 한 시간마다 피를 네 번 뽑았다. 계속 빈속에 피를 뽑았기 때문에 복도를 걸어갈 때는 현기증이 나서 비틀거렸다. 팔 안쪽이 붓고 멍이 들어서 나중엔 손목 쪽에서 피를 뽑아야만 했다.

네 번째 뽑을 때쯤, 앞전에 채취한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 세 개 수치 모두 기준치 이상이었다. 검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나는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내가 임당이라니. 믿고 싶지 않았다. 쌍둥이 임신에 임신성 당뇨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알고 보니 임신성 당뇨는 태반 호르몬이 산모의 인슐린 활동을 방해해 생기는 증상이었다. 쌍둥이는 태반도 2개였고 당연히 호르몬도 2배로 높았다. 그래서 임당 당첨 확률이 높았다.

산부인과에선 나를 고위험 산모로 분류했다. 교수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초음파를 보고 아기 상태를 체크하자고 했다.

피를 뽑고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곧장 내분비과로 가야했다. 내분비과 교수님과 상담을 받았는데 수치가 워낙 높아서 인슐린 처방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임신을 했을 때 먹는 약을 처방할 수 없기 때문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슐린이라니. 그건 심각한 당뇨 환자들이 맞는 거 아니었나. 갑자기 중증 당뇨 환자가 된 기분이었다.

4일간 식단 관리를 해보고 인슐린 여부를 결정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식단을 관리하면서 하루 4번 혈당 검사를 해 수첩에 적어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혈당측정기를 사야한다고 해서 의료기기 파는 곳으로 갔다.

상점 아주머니가 혈당측정기 사용법을 알려주었는데 보는 내내 공포였다. 샤프처럼 생긴 플라스틱 기구 안에 채혈침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침이 밖으로 튀어 나오면서 손가락을 찌른다. 그렇게 손끝에 피를 낸 다음 혈당측정기에 있는 검사지에 피를 흡수시킨다. 그러면 기기에 혈당 수치가 나온다.

이렇게 무식한 기계가 다 있나?!

솔직히 처음 혈당측정기를 봤을 때 든 생각이다. 매번 손끝을 바늘로 찔러서 피를 내고 혈당을 측정하는 건...너무 원시적인 방법 아닌가.

그날 밤, 나는 혈당측정기를 앞에 두고 진땀을 뺐다. 손가락을 스스로 찔러 피를 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몇 번이나 채혈침으로 손가락을 겨냥했다가 포기하길 반복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나와의 사투를 벌인 끝에 피를 냈다.

간단하게 밥을 먹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혈당체크, 식후 두시간 혈당체크. 하루에 총4번, 진땀과 절망의 시간을 반복해야 했다.

밤에 악몽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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