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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Jun 22. 2020

축복받은 비극

담백한 삶의 고백

나는 가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 나의 경험, 나의 사랑, 나의 행복이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이대로


이제 여기서

이제 그만

잠들기에 충분한 행복



그럼에도 삶은 계속 이어질 거야


감은 눈은 아침이면 떨어질 거야



그것은 비극이다

내던져진 삶의 비극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채


왜 왔는지도 모르는 채

내던져진 생에서 심지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는 채


쌓아둔 알량한 충분의 기억으로



또 다시



나를 흥분시키고 울게 하고 미소 짓게 할


다가올 모든 충분을



견디어야 한다



아름답고도 축복받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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